건강보험 적용도 안 되는데 “무려 470만 원 차이”… 110만 환자들 ‘눈물’

서울선 600만 원, 세종은 200만 원
탈모 환자 110만 명, 치료비 전액 자부담
불법 광고·가격 편차에 환자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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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서울에서 모발 이식하려다 깜짝 놀랐어요. 세종보다 400만 원 넘게 비싸더라고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아 모발 이식을 결심했다가 견적서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상담받은 병원마다 비용이 들쭉날쭉했고,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전액 본인 부담이었다.

김 씨는 “탈모는 질병이라더니 왜 돈은 개인이 다 내야 하느냐”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탈모 환자 110만 명… 진료비만 191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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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10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 23만여 명에서 2023년 24만여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2024년 상반기까지 진료를 받은 환자는 111만 명에 이른다.

이는 진료를 받은 사람만 집계한 숫자로, 병원에 가지 않은 탈모인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탈모 진료비는 2020년 210억 원에서 2023년 247억 원으로 늘었고, 5년간 총 1910억 원이 지출됐으며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약 17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원형탈모나 지루성탈모에만 일부 적용될 뿐, 대다수 탈모 환자는 여전히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장 의원은 “탈모는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닌 생활의 질에 직결되는 질환”이라며 “현실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따라 15배 차이… 최대 470만 원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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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이식은 대표적인 탈모 치료법이지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닐 뿐더러, 가격 역시 병원과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모당 모발 이식 비용이 가장 비싼 곳은 광주(2만1천 원), 가장 저렴한 곳은 인천(1천400원)이었다.

서울은 4천2백여 원, 경기도는 3천6백여 원 선이었다.

2천모 이상 이식 시 평균 비용은 서울이 685만 원으로 전국 최고였고, 부산(678만 원), 광주(649만 원), 인천(620만 원) 등도 600만 원을 웃돌았다.

가장 저렴한 세종시는 213만 원대로, 최고가인 서울과 약 47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김 의원은 “비급여라고 해도 기준 없이 비용이 이렇게까지 차이나는 건 문제”라며 “국민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시술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능성’ 사칭 제품도 판친다… 허위광고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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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에서는 탈모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내세운 건강기능식품 광고도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온라인에 게재된 ‘탈모 예방’ 관련 식품 광고 192건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중 99.5%는 질병 예방·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도했고, 1건은 의약품으로 혼동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탈모 예방이나 치료 효능이 공식적으로 입증된 식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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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건강기능식품의 인증 여부와 기능성 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탈모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지만, 정작 치료비는 개인이 떠안아야 하며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다.

탈모 환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검증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정비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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