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깎아줘도 “그 정도론 턱도 없어요”… 눈물의 파격 할인에도 ‘절대 사절’, 대체 무슨 일이

빈 아파트 쌓여만 가는 제주
2억 내려도 매수자 ‘0명’
공매마저 멈춘 부동산 시장

공사를 끝내고도 분양이 안 돼 수백 세대가 비어 있는 아파트 단지가 제주에서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를 2억 원 가까이 낮춰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공매 절차까지 중단됐다. 제주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수요 위축에 직면했다.

미분양 2천 세대 돌파… ‘악성 재고’ 쌓인다

25일 제주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 아파트는 지난 8월 말 기준 1,608세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747세대 이후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준공 전 미분양을 포함한 전체 미분양 물량은 2,621세대에 달한다.

특히 제주시 애월읍에서 지난해 12월 준공된 425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는 단 1세대만 분양됐고, 나머지 424세대가 미분양 상태로 공매에 넘겨졌다.

최초 공매가는 4,006억 원이었지만 계속된 유찰로 인해 1,000억 원 이상 하락했고, 결국 선순위 채권자의 요청으로 공매가 중단됐다.

다른 단지에서도 가격을 6억 원대에서 4억 원대로 대폭 인하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때 ‘투자 1번지’, 지금은 ‘버려진 땅’

최근 제주 미분양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과잉 공급과 실수요 감소가 꼽힌다. 관광객 증가와 이주 수요 확대를 예상해 공급을 늘렸지만, 인구 유출과 외지인 투자 감소로 수요가 급감했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와 세금 부담 증가로 외지인 투자가 줄었고, 고금리 상황에서 고분양가까지 겹쳐 실수요자들의 구매 여력도 떨어졌다.

제주 전체 미분양의 절반가량은 애월읍, 대정읍, 안덕면에 집중돼 있다. 실거주 수요보다 투자 목적 분양이 많았던 지역으로, 지금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제주도·정부, 대책은 내놨지만

제주도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6억 원 이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무주택자와 이주자에 대한 세제 지원, 이사 지원책도 포함됐다.

정부와 공공기관도 대응에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미분양 안심환매’ 제도를 통해 일부 물량을 직접 매입하거나 임대 전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취득세 50% 감면,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세제 혜택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요 기반 자체가 약화된 상태에서는 단기 세제 혜택만으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분양 장기화 우려… 구조적 접근 필요

제주 건설업계도 충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도내 건설업체 92곳이 폐업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36곳이 문을 닫았다. 9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는 2만1천 명으로, 1년 전보다 26.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문제의 단기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 수요 회복, 인구 유입 등 근본적인 수요 창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시장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단순한 가격 인하나 세제 혜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요 기반을 회복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