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도, 병원비도 빠듯하다”
돌봄·주거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서울의 한 임대주택에서 홀로 생활하던 6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자는 가족이 아닌 건물 관리인이었다.
발견 당시 A씨는 숨진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난 상태였으며, 주변에는 약봉지와 밀린 공과금 고지서, 컵라면 몇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처럼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늘어나는 중장년 1인 가구, 하지만 준비는 부족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50~60대 1인가구의 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2050년에는 50대의 약 30%, 60대의 약 35%가 혼자 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자의가 아닌, 이혼과 사별 등으로 인해 혼자가 된 경우라는 점이다. 특히 1인가구가 된 이유 중 ‘배우자 사망’이 41.7%로 가장 높았다.
연령이 낮을수록 자발적 독거 비율은 늘지만, 대다수는 혼자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상적인 생활에서조차 불편을 겪고 있었다. 식사, 가사, 건강관리, 경제적 불안, 외로움 등에서 전반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질병이 생겼을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큰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거 환경도 취약하다. 60대의 자가 비율은 10년 새 약 11%포인트 줄었고, 월세나 무상 거주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혼인 상태를 보면 50대 미혼 1인가구는 10년 전보다 약 17%포인트 증가했다. 출산율 저하로 형제자매조차 없는 ‘진짜 혼자’가 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죽음조차 혼자였다”… 증가하는 중장년 고독사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4 고독사 실태조사’에서도 중장년층 고립의 현실이 드러났다. 2022년부터 2023년간 발생한 고독사 7,190건 중 절반 이상이 50~60대 남성이었다.
고독사는 이제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단절 속에 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은 50대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23년 기준, 고독사한 사람의 84%는 남성이었고,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1146명)였다.
고독사가 발생한 장소는 주택이 가장 많았고, 아파트·원룸·고시원 순이었다.

가족보다 임대인이나 경비원이 시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는 자살로 인한 고독사가 많았지만, 중장년층은 생계 곤란과 사회적 고립 속에 서서히 단절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복지부는 법적 정의를 확대하며 고독사 통계를 넓히고 있지만, 실질적인 예방과 지원 대책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삶도, 돈도 막막하다… 파산으로 내몰리는 5060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 중 86%가 50대 이상이었으며, 이 중 68.4%는 1인 가구였다.
신청자들의 대부분은 고정 수입이 없고, 생활비 부족으로 인해 채무가 누적되어 있었다. 10명 중 9명은 원리금이 불어나 수입을 초과한 경우였다.
특히 82%가 임대주택에 살고 있었고, 이 중 69.2%는 보증금이 600만 원도 되지 않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생활고 끝에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파산 신청을 택한 것이다.
정은정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중장년 1인 가구는 고정 수입이 없는 경우가 많고, 건강이나 일자리도 취약해 파산 이후에도 회복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복지 연계 없이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다.
대응책은 늦고, 사각지대는 넓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1인 가구가 처한 문제는 단순한 고독이나 빈곤이 아니라, 주거·건강·복지 전반의 복합적 위기라고 강조한다.
정부는 최근 특별공급주택 분양 시 중장년 비혼 1인가구도 포함시켰지만, 면적 제한 등으로 여전히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현행 주거 정책이 출산과 육아 중심으로 짜여 있어 중고령 1인가구는 배제되고 있다”며, “60㎡ 이하 제한 규정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돌봄 공백에 대비한 의료·복지 시스템 강화, 지역사회 내 고립 예방을 위한 사회적 연결망 구축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5060 세대의 고립과 빈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된 사회 문제다.
주거도, 복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장년 1인 가구는 생계와 건강, 돌봄 공백까지 혼자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출산이나 청년 중심에 머물러 있다. 고독사, 파산, 주거 불안 같은 위기가 더 커지기 전에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형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열심히 살아보았지만 나라에서 다 빼앗아가고 거지됀 농민입니다
나라에 세금 도독놈이 넘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