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도 전세임대 대상 포함
소득·자산 조건 없이 신청 가능

“그동안은 남 얘기 같았는데, 이번엔 진짜 우리 차례인가 봐요.”
박 모 씨(43)는 최근 정부의 새로운 전세임대 제도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웃었다.
그동안 청년·신혼부부 등 일부 계층에만 적용됐던 전세임대 지원이 소득이나 자산에 상관없이 확대되면서, 박 씨 같은 중산층 무주택자도 지원 대상이 된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기존의 조건을 벗어난 ‘비아파트 전세임대주택’을 본격적으로 공급한다. 고질적인 전세사기 문제를 막고,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중산층도 가능… 소득·자산 안 따진다

국토교통부는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사업자들이 5월 중 전세임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시행되는 전세임대는 지난해 8월 발표된 ‘8·8 대책’의 연장선으로, 최대 8년간 거주가 가능하며, 무엇보다 신청자의 소득이나 자산 수준을 따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전세임대는 입주자가 원하는 집을 구하면 LH가 해당 주택의 집주인과 계약을 맺고,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총 5천가구가 공급되며, 예산은 5천200억원이다. 수도권은 전세보증금 최대 3억원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LH가 이 중 최대 2억원을 지원한다.
나머지 1억원은 입주자가 부담하게 되며, 지원받은 보증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도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

광역시는 최대 1억2천만원까지 지원되며, 월 임대료는 13만~26만원 수준이다. 지원 대상은 무주택자에 한하며, 신생아 출산 가구나 다자녀 가구는 우선 순위로 선정된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안전장치’다. 전세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입주자가 직접 집을 구하더라도 LH가 해당 주택을 사전에 점검하고, 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계약을 체결한다.
집의 권리관계나 안전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뒤 계약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전세임대 제도에서 제외됐던 중산층도 이제는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전세사기로 위축된 비아파트 시장을 다시 살리고자 별도 물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전세사기… 매달 1천 명 이상 피해

이처럼 정부가 전세임대 사업을 확대한 배경에는 여전히 심각한 전세사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은 2023년 6월부터 시행된 2년 한시법으로, 원래는 올해 5월 31일 종료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피해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데,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새로 인정한 피해자만 2천900여 명에 달한다.
최근에도 서울 동작구에서 한 일가족이 청년 75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고, 이들의 피해액은 66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사기가 반복되자, 여야는 특별법 적용 기한을 2년 연장해 2027년 5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새롭게 체결되는 전세계약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올해 5월 31일까지 계약된 세입자까지만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내년에도 이번과 같은 전세임대 5천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내 집 마련’은 어렵더라도 ‘안전한 전세살이’는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산층 무주택자들의 주거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