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루 한 잔, 이젠 사치품?
환율·이상기후, 인상 원인 겹쳐
소비자 부담,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루에 한 잔 이상, 커피는 이제 한국인의 일상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커피 한 잔을 사는 순간에도 가격표부터 슬쩍 살피게 될지 모른다.
커피믹스부터 프랜차이즈 커피, 캔커피까지 줄줄이 가격이 오르며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점점 ‘값비싼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커피값 줄줄이 인상…전방위 확산

동서식품은 23일, 오는 30일부터 자사 커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맥심 모카골드와 카누 아메리카노, 맥심 티오피 등 주요 제품이 대상이다.
커피믹스, 인스턴트 원두커피, RTD 커피음료까지 인상폭은 평균 7.7%에 달한다. 지난해 11월에도 평균 8.9% 가격을 올린 데 이어 6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GRS의 엔제리너스는 29일부터 아메리카노 가격을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인상한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30일부터 커피 메뉴 32종의 가격을 100~300원 올릴 예정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빽다방과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도 잇달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원재료·환율·기후, ‘3중고’가 가격 밀어올려

커피값이 오르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우선, 커피 원두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브라질, 베트남 등 주요 산지에서 이상기후와 병충해가 겹치며 커피 생산량이 줄었고, 이로 인해 국제 원두 시세는 예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문제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커피 원두뿐만 아니라 야자유 등 대부분의 원재료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기업 입장에선 원/달러 환율 상승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동서식품은 “수개월간 높은 환율이 지속되면서 수입 원가가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운송과 물류 측면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어 해상 운임과 항만 지연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런 외부 변수들이 단기간에 나아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커피 가격 상승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커피 없는 일상은 상상 못 해…그러나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405잔으로, 전 세계 평균(152잔)의 2.7배 수준이며 2020년에는 프랑스를 이어 세계 2위를 달성했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약 5조 7천억 원, 커피 수입액은 작년 기준 1조 9천억 원에 이른다. 불과 4년 전과 비교해도 수입액이 5억 달러 넘게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분석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수요는 더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커피가 일상으로 깊숙이 스며든 만큼, 가격 인상이 주는 체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커피의 쓴맛이 가격에서도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