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도 못하는 참치 넘쳐난다
기후변화로 어획량 폭증했지만
쿼터 제한에 폐기만 반복돼

동해에서 하루에 1천 마리 넘는 대형 참다랑어가 잡혔다. 하지만 이 귀한 생선을 어민들은 돈 한 푼 못 받고 바다에 다시 버려야 했다. 판매가 금지된 ‘초과 어획물’이기 때문이다.
한때 ‘바다의 로또’로 불렸던 참다랑어가 최근엔 어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어획량은 급증했지만, 국제 수산기구가 정한 ‘쿼터’는 제자리다. 정부와 지역 어민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해를 덮친 ‘참치 폭탄’

9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는 하루 동안 대형 참다랑어 약 1천300마리가 잡혔다.
무게로는 약 150t에 달했으나, 문제는 이 물량이 이미 경북 지역에 배정된 연간 어획량을 훌쩍 넘어섰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북에 주어진 쿼터는 영덕 35.78t, 울진 31.37t, 포항 18.66t 등 총 110t 수준이었다.
이미 배정량을 초과한 상태에서 참치가 그물에 걸리면, 아무리 크고 값비싼 어종이라도 유통이 금지된다. 결국 일부는 사료로 가고, 나머지는 폐기된다. 기름값 들여 잡은 어획물에서 수익은커녕 손해만 발생한다.
어민들은 “이렇게 많이 잡히는 데도 팔 수 없다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참다랑어가 흔해지면서 가격도 하락세다. 지난 2월에는 영덕 앞바다에서 길이 1.6미터, 무게 314킬로그램짜리 초대형 참치가 그물에 걸렸고, 1천50만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잡혀 1킬로그램당 가격이 2천~4천 원 수준까지 떨어졌고, 그마저도 쿼터제로 인해 거래가 불가능하다.
그대로 버려지는 ‘바다의 로또’

참다랑어는 민감한 어종이기 때문에, 그물에 오래 걸리면 대부분 죽은 채로 끌려 올라온다. 살아 있으면 방류가 가능하지만, 죽은 경우에는 방법이 없어 바다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물에 어떤 어종이 들어있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어업 방식 특성상, 처음부터 참치를 피하는 것도 어렵다.
지난 2022년 7월에는 영덕 장사리 해변으로 폐기된 참다랑어 수천 마리가 밀려들며 해안 전체가 썩은 냄새로 뒤덮이기도 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참다랑어를 무작정 버리는 건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실적인 쿼터 조정과 초과 어획분 활용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쿼터제, 자원 보호와 현실 사이에서

참다랑어는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어종이다. 무분별한 남획을 막고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국제수산기구는 국가별 연간 어획 허용량(쿼터)을 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2025년 기준 쿼터는 총 1천219t이다. 이를 초과하면 판매는 물론 유통도 금지되며, 초과분은 모두 폐기 대상이 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일 경북 지역을 포함해 280t의 추가 어획량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연례회의에서 전체 쿼터를 기존 748t에서 1천219t으로 확대하기도 했으나, 이미 어획량이 폭증한 상황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어업인은 “기후 변화로 실제 어획량이 크게 늘었는데,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수매나 유연한 쿼터 조정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참다랑어 쿼터제가 자원 보호라는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자원 낭비와 경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 변화로 바뀐 어업 환경에 맞춰 제도의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