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남성 자살률 107.7명
여성의 4.5배… 초고령 남성 비극
남성 특화된 복지 인프라 시급

80세 이상 남성 노인 10만 명 중 107.7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전체 평균(29.1명)의 3.7배, 같은 연령대 여성(24.1명)의 4.5배에 달하는 수치다.
2024년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가 드러낸 이 숫자는 한국 사회가 마주한 ‘초고령 남성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50대부터 70대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남성 자살률은 80세를 넘어서면서 갑자기 두 배로 급등한다. 여성 노인보다 경제적으로 나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닌 ‘구조적 인권 문제’로 진단한다.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 특히 초고령 남성 노인은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떠올랐다.
수치로 본 ‘초고령 남성’의 비극

2024년 기준 전체 자살 사망자는 14,872명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이 중 80세 이상은 1,274명으로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구 대비 비율은 53.3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특히 80세 이상 자살자 중 남성이 899명으로 전체의 70.6%를 차지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남성 자살률은 50대 54.9명, 60대 49.5명, 70대 57.0명으로 완만하게 흐르다가 80세를 넘어서면서 107.7명으로 폭증한다. 70대 대비 2배 가까이 뛰는 셈이다.
반면 여성은 80세 이상이 24.1명으로 가장 높긴 하지만, 다른 연령대(14.9~20.9명)와 격차가 크지 않다. 이는 초고령 남성만의 극단적 패턴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돈보다 무서운 ‘사회적 단절’

역설적이게도 80세 이상 남성의 경제 지표는 여성보다 양호하다. 2024년 기준 66세 이상 남성의 상대적 빈곤율은 31.3%로 여성(42.7%)보다 11.4%p 낮다.
그러나 자살률은 4.5배 높다. 전문가들은 이 간극을 ‘사회적 고립’으로 설명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는 남성 노인의 취약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 9.0%, 여성 7.1%였다.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남성은 16.2%로 여성(13.8%)보다 높았다.
은퇴 후 직장 중심의 관계망이 무너진 남성들은 가족과 친구 등 사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여성보다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제도의 사각지대, 남성 노인

공적 복지 인프라 접근성도 문제다. 경로당 이용률은 남성 18.6%, 여성 32.6%로 남성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노인복지관 이용률도 남성 7.9%, 여성 11.0%로 격차가 나타났다.
기존 노인 복지 시스템이 여성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남성 노인은 제도적 지원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독거노인 비율은 23.7%로 6년 연속 상승했고, 전체 노인 빈곤율은 39.8%로 전체 평균(15.3%)의 2.6배에 달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80세 이상 남성의 자살률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과 제도적 안전망이 동시에 무너진 결과다.
경제적 지원을 넘어 정서적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 남성 특화 프로그램과, 복지 인프라의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