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수사기관의 이중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유력 후보들에게는 공천 직후 신속하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는 반면, 공천헌금 수수 등 13개 비위 의혹을 받는 김병기 무소속 의원 사건은 9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천 하루 만에 불기소…’선물 같은 타이밍’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까르띠에 시계와 현금 2,000~3,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으나, 공천 확정 다음 날인 4월 10일 검·경 합동수사본부로부터 공소권 없음 및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합수본은 뇌물 액수가 3,000만원 미만이라는 판단 아래 공소시효 7년을 적용해 사건을 종결했다.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인 박수현 의원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기부금 편취 의혹으로 2년 6개월간 수사를 받다가, 공천 확정 열흘 만인 4월 24일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문제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유엔 본부와 협약도 없이 산하기구인 척 활동하며 4년간 수십억 원의 기부금을 모집한 혐의를 받아 왔다.

9개월째 ‘제자리’…김병기 수사의 이상한 침묵
반면 지난해 9월부터 수사가 시작된 김병기 의원 사건은 여전히 처분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공천헌금 3,000만원 수수, 차남 취업·대학 편입 청탁, 대한항공 숙박권 수수 등 13가지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이며 이미 7차례 소환 조사를 마쳤다.

대한항공 숙박권 수수 의혹만 해도 경찰은 1박 60만원짜리 2박 숙박권을 2회에 걸쳐 수수, 총 120만원 이상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된 일부 혐의에 대해 분리 송치를 검토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이 역시 실행되지 않은 상태다.
인사 교체에 ‘정치적 고려’까지…겹치는 지연 요인
최근 경무관 인사로 서울청 수사부장이 교체되고, 공공범죄수사대가 속한 광역수사단장도 새로 부임하면서 수사가 더욱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4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마무리된 혐의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다소 늘어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 처리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 의혹을 부인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러난 수사기관의 ‘시간차 처분’은 단순한 수사 지연을 넘어 선거 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사법 신뢰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선거 시계와 무관하게 원칙에 따른 일관된 수사 처리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