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줄고 공장은 멈춘다
한국형 배터리 구독제, 제도에 막혔다
대선 앞둔 미국, 보조금 폐지 예고

전기차 시장의 회의감은 이미 현장 곳곳에서 감지된다. 소비자는 망설이고, 기업은 멈췄다. 그 틈을 제도와 정치가 파고들었다.
전기차 시장이 직면한 ‘캐즘’은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다. 고조된 기대 뒤편엔 회복이 쉽지 않은 정체가 드리우고 있다.
현대차는 멈추고, 배터리 공장은 흔들리고

현대차는 올해만 벌써 세 번째로,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울산1공장 12라인의 가동을 또다시 중단했다.
이곳은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는 핵심 라인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할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판매 증가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총력을 다했지만 오더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현대차 내부 공지를 전하며, 앞으로 추가적인 생산중단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심리는 내연기관차 대비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확대 속도에 대한 불만, 전기차 화재 관련 우려 등으로 위축되고 있다.

한편, 배터리 업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3사의 2025년 1분기 가동률이 모두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1.1%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7%p 떨어졌고, 삼성SDI의 소형전지 부문 가동률 또한 2023년 76% 대비 32%로 급감했으며, SK온도 43.5%로, 26%나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에 가로막힌 ‘한국형 BaaS’

기아가 추진했던 배터리 구독 서비스도 결국 중단됐다. 현대캐피탈, 신한EZ와 함께 진행하던 실증 사업이 규제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자동차관리법상 배터리는 차량 부품으로 간주되고 소유권 분리가 불가하기 때문이며, 구독 모델의 핵심인 배터리 분리 등록이 제도상 허용되지 않았다.
기아는 전기차 확산과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발을 뺐다. 업계 내부에서는 중소 폐차업체와의 이해 충돌도 언급된다.
반면, 중국은 이미 2020년부터 ‘BaaS(Battery as a Service)’를 상용화해 초기 구매 비용을 낮췄고, 교환식 배터리 시스템으로 충전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중국 니오는 전국 3,240여 곳에서 배터리 교환소를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 대선, 배터리 산업 향방의 분수령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대한민국 대선은 배터리 산업에 있어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기차 시장의 정체가 장기화되고, 미국 보조금 축소 등의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대선 후보들의 정책 방향이 업계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구조 탈탄소 전환’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을 탄소중립 수출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한국판 IRA’라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 개정안은 배터리 기업의 투자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환급하거나, 다른 기업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해 자금 유동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기업의 투자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는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보다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AI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를 자극해 간접적으로 배터리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부에서는 “당장 유동성 위기에 놓인 배터리 기업들에겐 보다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전력 비용 절감과 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배터리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대외 협상력과 산업 정책이 향후 배터리 시장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보조금 폐지 추진으로 전기차 시장의 캐즘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는 조속히 출범해 한미 간 산업 협상을 안정적으로 이끌 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캐즘은 뭔… 현대 전기차가 안팔리는거지 글로벌 전기차는 판매량이 늘고 있죠.
이런 기사는 도대체 왜 쓰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