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수두룩한데, 전부 매진?
‘노쇼족’에 당한 승객들, 방법은 없나

“자녀들이 예매를 해주지 않으면 표를 구할 방법이 없어요.”
서울역에서 경주행 열차를 기다리던 A씨(77)는 종이 티켓을 손에 꼭 쥐고 한숨을 쉬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몰라 키오스크 대신 매표소 창구 앞에서 긴 줄을 서야 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노인들은 많았다.
스마트폰을 비교적 능숙하게 다루는 B씨(64)조차 “한 달 전부터 창구에서 표를 살 수 있으면 노인들도 좀 더 편하게 예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명절 열차 승차권 예매는 100%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거에는 일부 좌석을 오프라인 창구에서 판매했지만, 2020년 이후 온라인·전화 예매로만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도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좌석 비율이 10%에서 20%로 확대됐을 뿐, 현장 예매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고속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여주행 버스를 타려던 C씨(75)는 “보통 아들이 예매해주는데, 혼자 하려니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노쇼’에 편법 예매까지… 빈자리 늘어나는 이유

최근 몇 년간 명절마다 반복된 문제 중 하나가 ‘노쇼'(No-show)와 편법 예약이다. 예약 후 취소된 표는 재판매가 어려워 결국 빈 좌석으로 운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염태영 의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명절 연휴 기간 ‘노쇼’ 등 취소로 인해 기차 150만 석이 빈 좌석으로 운행됐다.
특히 명절 기간 예약 후 출발 직전 취소된 표가 2021년 12만 석에서 2023년 45만 석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대량의 좌석이 공석으로 남게 된 이유는 낮은 취소 수수료 때문이다.

고속버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일부 승객들은 인접한 두 좌석을 예약한 뒤 출발 직후 한 좌석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한 자리 값만 내고 두 좌석을 차지하는 편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 때문에 정작 필요한 승객들은 표를 구하지 못하고, 빈자리는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결국 칼 뽑았다… 취소 수수료 대폭 인상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오는 5월 1일부터 고속버스 승차권 취소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편된 기준에 따르면, 평일(월~목) 취소 수수료는 현행 유지되지만, 주말(금~일)과 명절(설·추석)에는 더 높은 수수료가 부과된다.
출발 직전 취소 시 평일은 10%, 주말은 15%, 명절은 20%의 수수료가 적용되며, 출발 후 취소 수수료는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현재 30%에서 2025년 50%, 2026년 60%, 2027년에는 70%까지 높아질 예정이다.
한국철도공사도 비슷한 대책을 내놨다.
올 설 연휴부터 승차권 환불 위약금을 높여, 출발 하루 전까지는 기존 400원의 위약금 대신 승차권 금액의 5%를 부과하고, 출발 당일에는 최대 30%까지 부과하도록 조정했다.
취소 수수료 인상만으로 해결될까

그러나 전문가들은 취소 수수료 인상만으로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예매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대면 예매 창구를 다시 열고, 좌석 할당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실시간 정보 제공 시스템을 강화하고, 예약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가 내놓은 대책이 실제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고, ‘노쇼족’과 ‘얌체족’의 행태를 개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인 2매이상 구매후 취소가 문제지..
10분전 취소가 문제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