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이재명 대통령 손짓 한 번에 대기업들 ‘아비규환’

먹거리 물가 5년 새 22.9% 상승
정부 “시장 자율 한계 드러나”
공정위·국세청까지 조사 착수

5년 동안 식료품 가격이 23% 가까이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물가 상승을 ‘시장 실패’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개입을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주요 기업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하면서, 기업들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고삐 풀린 식탁 물가, 5년 새 23% 상승

국가데이터처가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2020년 9월에 비해 2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6.2%였다.

과일(35.2%), 우유·치즈·계란(30.7%), 빵·곡물(28.0%), 과자·빙과류·당류(27.8%) 등 대부분 품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커피·차·코코아는 38.2% 상승해 음료 부문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식품 가격 상승은 외식비에도 반영됐다. ‘음식 및 숙박’ 항목은 24.8%, 그 중 외식비를 뜻하는 ‘음식 서비스’는 25.1% 상승했다.

세제, 청소용품 등 생활 필수품을 포함한 ‘가정용품 및 가사 서비스’도 19.4% 올랐다.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는 16.7%, 의류·신발은 16.2%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재명 “시장에 맡겨선 안 돼”… 정부 개입 시사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료품 가격 급등을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시장 실패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시장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제멋대로 하게 둬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담합과 독점 구조가 반복될 경우, 정부가 기준을 제시하고 엄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에 따라 공정위는 설탕, 밀가루, 계란, 빵 등의 가격 담합 혐의를 조사 중이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은 제재 절차에 들어갔고, 가공식품 출고가 인상을 둘러싼 주요 식품업체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는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가격 조정 명령’ 제도나, 현행 경쟁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기업 분할’ 조치도 정부가 검토 중인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국세청, 탈세 혐의로 대형 업체 정조준

국세청도 물가 관련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외식 프랜차이즈,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유통 업체 등 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 업체 중 일부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뒤, 회계상 허위 비용 계상 등으로 8천억 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정황이 포착됐다. 가공식품 업체 중 일부는 가격을 30% 이상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검증하고, 불투명한 원가 계산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세무조사는 가격을 직접 낮추는 수단은 아니지만, 과도한 가격 인상에 대한 억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정부, 물가 안정 총력… 기업은 고강도 대응 우려

정부는 단기 조치뿐 아니라 구조 개선 방안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식품업계의 경쟁 촉진과 유통구조 개선, 스마트 농업 도입 등을 통해 가격 안정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와 국세청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가격 인상에 관여한 기업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특히 식품, 외식 등 생활 밀접 업종에 대한 조사는 단기간 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경고 차원이 아닌, 실제 제도 적용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한층 신중한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시장 자율만으로는 더 이상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인식이 뚜렷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