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체지 부상…지각변동 조짐
수요는 규제 피한 지역으로 이동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이 조용해진 사이, 눈에 띄게 움직이는 지역들이 생기고 있다.
거래가 거의 끊긴 강남3구와 용산구 대신, 수도권 일부 지역은 실거래가와 거래량, 가격지수 모두 상승하며 강남을 대체할 새로운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포함한 지역을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급속히 줄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91건으로, 3월(9675건)보다 67% 감소했으며, 강남3구와 용산구는 더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서초구는 전월 410건에서 11건으로, 강남구는 802건에서 37건으로 각각 97%, 95% 줄었다. 송파구는 같은 기간 965건에서 63건으로 93% 감소했고, 용산구 역시 260건에서 11건으로 96% 급감했다.
이 같은 급감세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뚜렷하며, 강남, 서초, 송파, 용산 모두 80% 넘는 감소율을 기록했다.
다방 관계자는 “2월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서 잠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재지정 발표 이후 다시 관망세가 짙어지며 거래가 빠르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강남 묶이자 ‘외곽’으로 움직인 수요자들

강남권에서 규제가 강화되자, 대체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비교적 규제 부담이 적은 지역들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남혁우 부동산 연구원이 1월부터 5월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동대문구, 서대문구, 구로구를 포함해 광명시와 성남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매매가격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다.
성남시는 0.11포인트에서 0.77포인트로 상승 폭이 확대됐고, 구로구는 0.02포인트에서 0.26포인트로 상승했다. 동대문구와 노원구도 각각 -0.04포인트에서 0.17포인트, -0.11포인트에서 -0.01포인트로 회복 흐름을 보였다.
남 연구원은 “가격 상승폭이 줄어든 강남과 달리, 대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저평가 지역들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풍선효과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광교신도시, ‘수원의 강남’으로 자리매김

강남에서 이어진 상승세는 수도권 남부로도 확산되어, 판교, 과천을 지나 광교신도시와 수원 일부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수원시 영통구 광교 중흥 S클래스 전용 109㎡는 지난 4월 23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두 달 전보다 5억 6000만 원 상승한 금액이다.
같은 지역 ‘힐스테이트 광교’ 전용 98㎡는 3월 말 13억 9000만 원에서 4월 중순 16억 원으로 오르며, 매매가 수준은 사실상 신고가에 근접하거나 갱신되고 있다.
거래량 역시 증가세다. 영통구의 매매 건수는 1월 246건에서 3월 515건으로 2배 이상 늘었으며, 4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5%, 작년 12월 대비 0.37% 상승해 수도권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수원 장안구까지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는 전용 102㎡가 11억 9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고, 같은 단지의 139㎡는 15억 9000만 원에 팔렸다.
부동산114 윤지해 리서치 랩장은 “강남권의 상승 흐름이 판교, 과천을 거쳐 광교까지 퍼지는 모습”이라며 “신분당선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준신축 단지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은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지역이지만, 거래 제한과 규제로 인해 실거래는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규제와 시장 흐름의 변화 속에서, 조용해진 강남의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주거 중심지들이 속속 떠오르고 있다.
동탄도 거래활발하고 가격도 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