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정비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까지
韓 조선업계,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입증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한국이 해내다니.”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정비를 마치고 무사히 출항시켰다고 13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해군 정비사업을 처음으로 수주한 사례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조선 기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한 계기가 됐다.
지난해 7월, 한화오션은 미 해군 보급체계 사령부와 함정 정비 협약(MSRA)을 체결한 이후, 첫 프로젝트로 월리 쉬라호의 창정비 사업을 맡았다.

이후 6개월간 거제사업장에서 선체 및 기관 유지보수, 주요 장비 점검·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전반적인 정비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기존에 일본이 독점적으로 맡아오던 미 해군 함정 정비 사업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향후 30년 동안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매년 42조 원 규모의 함정을 발주할 계획이며, 유지보수 및 정비 시장도 급격히 성장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현재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호 정기 수리 사업도 진행 중이며, 올해 5~6척의 추가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 및 철강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역대 최고가 기록

한화오션은 미 해군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도 대형 계약을 따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7일, 한화오션은 글로벌 해운사인 대만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수주 금액은 총 2조3천286억 원으로, 한 척당 약 3천881억 원(2억6천73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 기록이다.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에는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과 함께 축발전기모터시스템(SGM), 공기윤활시스템(ALS) 등이 탑재돼 환경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연비 효율을 극대화했다.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중국이 저가 전략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차별화된 설계와 생산 능력을 앞세워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1만7천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358척 중, 한화오션이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가장 많은 72척을 건조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이번 수주는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사 갈등, 해결 실마리는?

한편, 한화오션은 최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상여금 지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에도 직면하고 있다.
조선하청지회는 상여금 지급과 협력사 상용직 고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해 11월부터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상여금 지급은 협력사의 경영 판단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며 “한화오션이 직접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주 단가 인상, 인센티브 지급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협력사들에 ‘생산안정 격려금’ 400억 원을 지급했으며, 올해도 700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별도로 책정한 상태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화오션 측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들이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세계 조선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미 해군 함정 정비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기술력 입증 등 한국 조선업계는 명실상부한 ‘조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지, 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은일할수있다는게 큰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