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묶자 강북이 들썩인다
외곽 아파트엔 실수요자 몰리는 중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조바심도

최근 서울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를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과 한강변 일대는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강북권에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매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번 대출 규제가 일부 지역에 오히려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이다. 고가 아파트 진입이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대체 주거지를 찾으면서,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강남 묶이자 노도강·금관구 들썩

정부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고정하는 강도 높은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강남·서초·용산처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선 사실상 대출을 통한 신규 매입이 어려워졌고, 매수세가 빠르게 위축됐다.
하지만 평균 시세가 6억~8억원 수준인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중랑 같은 지역은 여전히 대출 활용이 가능해, 실수요자들에게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정책 발표 직후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에서는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재울 뉴타운처럼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곳 위주로 문의가 몰린다”며 “기존 매도자 중 일부는 가격을 올려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기준 노원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2% 상승해 5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으며, 강북구와 도봉구도 각각 0.16%, 0.06% 올랐다.
중저가 주택으로 몰리는 자금

이번 규제는 고가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자의 선택 폭도 좁혀놓았다. 이에 따라 비교적 부담이 적은 외곽 주택에 매수세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한도가 정해진 상황에선 자금이 닿는 곳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현재로선 중저가 주택 시장에 매수세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노원구는 향후 GTX-C 노선 개통 등으로 강남 접근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산이 한정된 실수요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결국 정부의 규제가 의도했던 ‘고가 집중 완화’와 함께, 또 다른 지역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 판단은 이르다” 신중론도

다만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곽 지역의 수요 증가는 일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면 매수자들의 심리적 저항선도 높아져 거래가 다시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외곽지역의 급등락을 경험한 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움직인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상급지 갈아타기가 주된 흐름”이라며 “노도강이나 금관구 같은 외곽지역의 상승세가 본격화되려면 적어도 한 달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가 풍선효과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보완 대책을 즉시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특정 지역에 수요가 크게 몰리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매주 점검 회의를 통해 가계대출 상황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정부 규제가 시장에 어떤 방향성을 심어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로선 강남의 그림자를 피해 나온 실수요자들이 새로운 지역에서 다시 자리를 잡으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