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출근해서 죽어라”… 전교조 ‘분통’, 이후에 벌인 일이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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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기자회견 현장 / 출처 : 전교조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집 가려고.” “숨쉬기가 너무 불편해. 흉통이 아파.”

39.8도의 고열에 시달리던 20대 유치원 교사가 지인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다.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던 이 교사는 1월 31일 응급실로 실려 간 뒤 2주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지만 2월 14일 결국 숨졌다.

B형 독감이 패혈성 쇼크로 악화된 것이 직접 사인이었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3월 30일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유족 증언을 종합하면, 이 교사는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도 3일간 출근을 강요받았다.

1월 27일 저녁 병원에서 B형 독감 확진을 받았을 때 체온은 이미 38.3도였다. 그는 원장에게 “몸 관리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원장은 “네ㅠㅠ”라고만 답했다.

이튿날 부모가 출근을 말렸지만 교사는 “유치원에서 나오지 말라고 안 하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하겠느냐”며 집을 나섰다.

조퇴도 마음대로 못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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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에 시달리다 숨진 유치원 교사의 메시지 / 출처 : 전교조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1월 29일 체온 38.6도, 30일에는 39.8도까지 치솟았다. 교사는 오후 12시 30분 조퇴 의사를 밝혔지만 “인수인계”를 이유로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목에서 피가 나고 흉통과 호흡곤란이 심해진 그는 당일 밤 10시 44분 지인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뒤 다음 날 새벽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 사이 고강도 노동도 계속됐다.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발표회 리허설 준비로 육체노동을 이어갔고, 퇴근 후에도 늦은 밤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토요일 휴무마저 반납하고 출근한 바로 그날 자정, 고열이 시작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사후 조치다. 유치원 측은 교사가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2월 10일경 사직서를 위조해 사망 4일 전에 제출한 것처럼 조작했다. 의원면직으로 처리해 당연면직 시 지급되는 조위금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시도였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이 얼마나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권고일 뿐 의무가 아닌 감염병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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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 출처 : 연합뉴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의 시설별 인플루엔자 관리 지침에 따르면 감염병을 앓는 교직원에 대해 등교를 중지시킬 수 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결국 유치원 원장의 재량에 맡겨진 셈이다.

고인의 아버지는 “40도에 육박하는 열이 나고 목에서 피가 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조퇴를 할 수 있었다”며 “병가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박영환 위원장은 “‘아파도 교실에서 아파라, 죽어도 교실에서 죽어라, 선생님의 건강도 실력’이라는 관리자들의 낡은 인식과 아픈 교사를 대체할 수 없어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낡은 시스템이 초임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사립유치원이 대체 인력 체계 없이 운영되고 있어, 교사 한 명이 빠지면 나머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병가 의무화와 대체 인력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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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 출처 : 연합뉴스

전교조는 법정 감염병 발병 시 교사의 병가 사용 승인을 의무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체 인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사립유치원의 공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사직서 조작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유치원은 공교육 기관이면서도 사립의 경우 운영이 불투명하고 노동권 보호가 취약한 사각지대로 지적돼 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초래한 죽음이다. 아픈 교사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20대 교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병가 의무화와 대체 인력 확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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