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몰려든 짝지은 벌레들
‘이렇게’ 입은 사람 좋아한다
퇴치법은?

도심 한복판을 날아다니는 꼬리 맞댄 곤충 두 마리. 마치 사랑에 빠진 듯 붙어 다니는 이 ‘러브버그’는 해마다 여름만 되면 시민들을 놀라게 한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불쾌민원을 일으키고 있는 이 곤충의 정체는 사실 ‘붉은등우단털파리’로, 생태계에는 유익한 역할을 하는 익충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달라붙는 습성, 차에 눌어붙는 사체까지. 겉모습과 행동은 분명 혐오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이 곤충은 왜 도심으로 몰려드는지, 언제 사라지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불쾌하지만 해롭지 않은’ 러브버그

러브버그는 보기엔 혐오스럽지만 사실 사람에게 독성도 없고 병도 옮기지 않는다. 암수 한 쌍이 붙어 비행하며, 수컷은 교미 후 3일 내, 암컷은 산란 후 일주일 안에 죽는다.
보통 한 마리가 수백 개의 알을 낳지만 생존율은 낮아, 대량으로 출몰하더라도 2주 안팎이면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주요 활동 시기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로, 숲속 부식층에 알을 낳고 유충 시기를 거친 뒤, 짧은 생을 마감하며 사라진다. 생태적으로는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조류나 곤충에게는 중요한 먹잇감이다.
도심에 출몰하는 이유는 ‘배기가스’와 ‘열기’

러브버그가 여름 도심을 떠도는 주된 이유는 사람의 활동 반경과 맞닿아 있다. 한 전문가는 “러브버그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유인 물질로 인식한다”며 “부식층에서 나는 가스 성분이 배기가스와 유사해 시내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도심의 열기, 밝은색, 불빛까지 겹쳐 도심에서 활동이 활발해진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이 곤충은 특히 올해 6월 중순부터 눈에 띄게 출몰하고 있다. 이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장마와 이례적인 더위의 영향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러브버그가 중국 칭다오를 거쳐 국내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022년부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으며, 생존 환경에 점차 적응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퇴치법과 예방법

러브버그는 힘이 약해 비행 중 물만 맞아도 쉽게 바닥에 떨어진다. 이 때문에 살충제보다는 물청소가 효과적인 방제 수단으로 권장된다.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는 빗자루나 휴지를 이용해 제거하면 된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살충제 대신 호스로 물을 뿌리거나, 밝은 빛을 최소화하고 끈끈이 패드를 설치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러브버그는 흰색이나 노란색 등 밝은색에 잘 달라붙으므로, 외출 시 어두운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동차에 붙은 사체는 차량 부식을 유발할 수 있어 빠르게 세차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는 러브버그 방제 조례를 마련하고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친환경 광원포집기를 시범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