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안 된다”던 말, 46조 성과로 뒤집다
바라카 원전, 한국 기술력 세계에 각인
한전, 고난도 시장서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

한전이 중동 한가운데서 46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안팎의 반응은 놀라움과 경외심이 뒤섞였다.
정치적 불안과 혹독한 기후, 복잡한 법제도와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사업 무덤’이라 불리던 땅에서 한국의 전력 기술이 통했다.
30년 전, 작은 필리핀 발전소로 시작했던 한전의 해외 사업이 이제는 15개국, 33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글로벌 전력 기업으로 우뚝 섰다.
단순한 수주를 넘어, 에너지 전략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한 것이다.
중동 한복판에 세운 ‘K-기술의 증거’

한전의 해외 진출 역사는 1995년 필리핀 말라야 발전사업에서 출발했다.
그 시작은 미약했지만 지난 30년간의 꾸준한 축적과 방향성은 UAE에서 꽃을 피웠으며, 그 상징적 성과가 바로 ‘바라카 원전’이다.
바라카 원전은 단순한 원자력 시설이 아니다. UAE 전력의 25%를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이자, 중동이라는 고난도 지역에서 한국의 원전 기술이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대표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고온다습한 기후, 모래폭풍, 전력 주파수 차이 등 수많은 기술적 도전을 극복하며 성공적으로 완수됐다.
이어 2021년에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망 사업도 수주했는데, 이 기술은 장거리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중동과 같은 지역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한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46조 매출, 30조 파급…한전의 ‘반전 드라마’

2024년 기준, 한전의 누적 해외 매출은 46조 8000억 원에 이르렀으며 투자 회수율은 131.9%에 달한다. 단순한 수익을 넘어, 국내 기업과 동반 진출하며 30조 5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한전은 2023년 김동철 사장 체제 이후 전략시장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고, 그 결과 2024년 한 해에만 6GW 규모의 해외 사업을 수주하며 2009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루마·나이리야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를 비롯해, 자푸라2 열병합, 사다위 태양광 등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어, 이들만으로도 6조 5000억 원의 지분매출이 기대된다.
ACWA Power의 모타나 알오다입 사업개발처장은 “한전은 기술, 경험, 자본 조달 역량을 고루 갖춘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단순한 시공사를 넘어서, 장기적 사업 동반자로서의 존재감이 크다”고 평가했다.
고위험 시장,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까지

중동은 내전, 테러, 정치적 불안정은 물론, 유가 급변에 따른 재정 불안, 복잡한 행정체계가 얽혀 있어 고난도의 사업 환경으로 악명 높다. 게다가 사막의 극한 환경은 기술적 설계에도 막대한 부담을 준다.
하지만 한전은 이 같은 리스크를 정면 돌파했다. 단순히 인프라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부터 운영,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사우디의 ‘비전 2030’ 전략은 전력산업 구조를 국가 중심에서 민간·외국계 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전환기 속에서, 한전은 그들의 전략적 의도가 맞아떨어지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된 것이다.
ACWA와의 협력도 단순 프로젝트 수준을 넘어선다. 건설과 운영은 물론, 금융조달, 기자재 공급까지 한국 기업이 총망라된 ‘팀 코리아’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수출입은행 등과의 협업은 향후 대형 프로젝트 확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에너지 미래’ 함께 설계하는 한국과 중동

UAE는 2017년 수립한 ‘에너지 전략 2050’을 2023년 개정하며, 청정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안보를 핵심 목표로 삼았으며, 이에 따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김동현 UAE 해외송전망 차장은 “한전의 기술은 UAE의 에너지 전략 실행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전은 이제 바라카와 HVDC를 넘어 디지털 발전소, 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의 영역 확장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수소·암모니아 기반의 ‘그린 에너지’ 기술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네옴(NEOM)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수소 사업은 사우디와의 협력 지평을 더욱 넓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제 단순한 기술 수출국을 넘어 중동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 파트너로서,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가 이뤄낸 30년의 성과는 앞으로 30년을 내다볼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이 되고 있다.
공사 끝나고 정산해보면, 엄청난 적를 보게 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