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지갑 연 한국인
국내보다 해외 지출 더 컸다
일본 향한 한국인 발길 쏠림

올해 5월 초 황금연휴, 기대와 달리 국내 소비는 조용했다. 음식점과 놀이공원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업종의 소비 증가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반면 해외 소비는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카드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며 국민들이 여유 시간만 나면 해외로 떠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특히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나라로, 방일 수요는 연초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는 ‘찔끔’, 해외는 ‘펑펑’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5월 초 황금연휴(1~6일) 국내 카드 사용액은 작년 동기 대비 고작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게다가 결제 건수와 이용자 수는 되레 줄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셈이다.
음식점과 카페를 제외하곤 편의점, 백화점, 마트, 주유소 등 대부분 업종에서 사용액이 감소했다. 놀이공원 업종만 예외였고 가족 단위 나들이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해외에서의 카드 사용은 완전히 달랐다. 신한카드 개인회원의 해외 오프라인 매출은 17.5% 증가했으며 이용 건수는 20.1%, 이용자 수도 13.7% 늘었다.
카드업계는 “국내에서는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높은 물가와 고환율에도 해외여행이 더 값진 경험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일본에 대한 집단적 짝사랑

해외 소비 증가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 올해 1분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50만 명을 넘었다. 2024년 누적 방문자 수는 이미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일정은 짧고, 방문은 잦은 ‘리피터’ 유형이 늘어나면서 일본 당국은 한국인을 위한 전용 심사대까지 도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일 간 항공 노선은 100개 구간, 주당 1200편 이상 운항되며 김포·인천은 물론 대구·무안·청주 같은 지방공항에서도 일본행 직항이 활발하다.
아직은 ‘일방통행’

반면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올해 1분기 일본인 방한객 수는 7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5% 늘었지만, 방일 한국인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문제는 접근성과 인프라다. 일본 지방공항에서 한국 지역공항으로 향하는 직항편은 제한적이고, 한국 내 관광 정보 접근도 불편하다. 한국의 ICT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 서비스에서는 낙제점이다.
일본인 관광객의 재방문율도 낮은 편이다. 네 번 이상 찾은 이들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 문화를 좋아해도, 불친절한 시스템에 실망하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인이 선호하는 음식, 뷰티, 전통문화 체험 등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확장하고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인기는 전 세계적이지만, 이를 관광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은 부족하다”며 “지금 당장 수익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외국인의 발길을 이끄는 기반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숭이 섬나라에 가볼곳이 어딧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