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학비 내고 집 팔았습니다”… 954만 명 베이비붐 세대가 맞닥뜨린 ‘벼랑 끝 현실’

“이제는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가”
자리 잃은 50대 가장들의 조용한 절망
퇴직은 현실이고, 복귀는 기약이 없다
베이비붐 세대
중장년 퇴직 및 재취업 현실 / 출처 = 연합뉴스

모든 시간을 회사에 바치며 살아온 남성에게 한순간에 삶의 의미가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우리나라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현실의 50대 남성들은 이미 일터 밖에 서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장에서 실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50.5세. 아직 은퇴를 논하기에는 이른 나이지만, 이들은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일자리를 떠나고 있다.

954만 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 준비되지 않은 퇴직과 맞닥뜨리고 있다. 문제는 퇴직 이후다. 경력 20년 이상의 탄탄한 이력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외면당한다.

구직난은 현실이고 가장의 책임은 여전하다. 자녀 학비와 생활비, 부모 돌봄까지 짊어진 50대 남성들에게 퇴직은 곧 생계의 위기이자 사회적 고립의 시작이 되고 있다.

경력도, 실력도…50대에겐 오히려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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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퇴직 및 재취업 현실 / 출처 = 연합뉴스

50대 구직 시장의 현실은 냉혹하다. 긴 경력과 고연봉 이력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 올해 초 방송된 ‘추적60분’에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연봉 2억 원을 받았던 경력자 김억규(58) 씨가 출연했다

그는 퇴직 후 50곳 넘는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중소기업, 플랫폼, 심지어 중고 거래 앱까지 이력서를 냈지만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

그는 “처음엔 금방 일을 찾을 줄 알았지만, 나이와 경력 때문에 오히려 외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직 실패는 곧 생계 위기로 이어진다. 그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퇴직금으로 충당하고 주택도 매물로 내놓았다.

‘고정 지출은 계속된다’는 50대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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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퇴직 및 재취업 현실 / 출처 = 연합뉴스

2024년 한 조사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붐 세대 인구 중 78.8%가 자녀 또는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이중 부양 비용은 약 164만 원으로 고정 지출은 줄지 않는데, 안정적인 수입은 사라진 상황이다.

노후를 준비하기도 전에 가계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50대에게 실직은 단순한 일자리 상실이 아닌 구조적 위기다.

자격증·기술 취득도 해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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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퇴직 및 재취업 현실 / 출처 = 연합뉴스

일자리를 얻기 위한 ‘재교육’에 나서는 중장년도 많다. 공무원 시험, 주택관리사, 중장비, 타일 기능사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50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자격증이 일자리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 타일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A(51) 씨는 20년 넘게 다닌 회사를 나온 뒤 기술을 배웠지만,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작업은 팀 단위로 이뤄지는데, 인맥이 없으면 시작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 일용직 시장 역시 포화 상태다. 새벽 4시, 서울 구로역 남구로 인력시장에 이백여 명의 50대 남성들이 모였지만, 일할 수 있는 현장은 제한적이다.

‘퇴직=은퇴’ 아닌데…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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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퇴직 및 재취업 현실 / 출처 = 연합뉴스

숙련된 인력이 현장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경기도 안성의 한 제조 공장은 정년을 폐지한 이후 불량률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50대 이상 인력을 ‘퇴직 예정자’가 아닌 숙련된 자원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년 보장, 정년 연장, 재고용 제도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50대 중년 남성들의 노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와 구조는 그들을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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