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둔 5060세대 10명 중 4명 빈곤층
자녀 지원에 월평균 73만원씩 지출 부담

은퇴를 눈앞에 둔 50대 후반 김모씨는 최근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3개월 전만 해도 5천만원이 넘었던 퇴직금이 어느새 2천만원대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 14.2%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로, 노인 10명 중 4명이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소득 공백기, 5060을 빈곤층으로

5060세대가 급격히 가난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조기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사이의 소득 공백기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64년생 상용근로자는 2023년 29만 1천명에서 2024년 23만 7천명으로 단 1년 만에 5만 5천명이 줄었다.
문제는 퇴직 시점과 연금 수령 시점의 격차다. 대부분 50대 후반에 퇴직하지만 국민연금은 63세부터 받을 수 있어 최소 5년의 공백이 생긴다.
이 기간 퇴직금은 생활비로 급속히 소진되고, 섣부른 창업이나 무리한 투자로 손실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통계청 노후생활 현황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중 79.7%는 여전히 자신이나 배우자가 생활비를 벌고 있다.
자녀나 친척의 도움은 10.3%, 정부나 사회단체 지원은 10.0%에 불과해 대부분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현실이다.
자녀 지원, 노후를 삼키다

5060세대를 가난하게 만드는 두 번째 주범은 끝없는 자녀 지원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5060 부모 1000명 중 757명이 자녀에게 평균 5847만원의 목돈을 지원했다.
생활비 지원도 만만치 않다. 성인자녀와 함께 사는 5060세대의 74.8%가 매달 평균 73만원씩 생활비를 대고 있으며, 이는 가구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손주 양육까지 맡은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5060세대가 자녀와 동거하는 이유로 손주 양육을 꼽은 비율이 2007년 13%에서 2017년 35%로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하나금융연구소 분석에서는 60대의 가족 관련 지출 1위가 유치원비로 나타나 조부모가 손주 교육비까지 부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것은 더블케어 가구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5060 가구 3곳 중 1곳은 성인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며, 이들은 자녀에게 78만원, 부모에게 40만원 등 총 118만원을 매달 지출한다.
이는 월평균 가구소득 579만원의 20.4%에 달하는 금액이다.
외로움이 지갑을 연다

세 번째 위험 요소는 정서적 공허감에서 비롯된 소비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중년 1인 가구는 우울 의심률이 약 25%로 전체 평균 17%보다 높고, 자살생각률도 평균의 2배 가까이 된다.
특히 5060 1인 가구 중 18.7%는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런 외로움은 위로성 소비로 이어진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서 5060세대의 월평균 용돈이 44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월 생활비 192만원의 23%에 해당한다.
서울50플러스재단의 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 50대와 60대 초반의 온라인 쇼핑 지출이 5년 전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반복되는 소비는 재정을 급속도로 무너뜨리는 주범이 된다.
건강비용, 예고된 폭탄

네 번째 위험은 예측하지 못한 의료비 급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522만 9천원으로 전년 대비 25만 6천원 증가했다.
본인부담금만 해도 연 123만 6천원으로 전년보다 6만 8천원 늘었다. 65세의 기대여명이 20.7년인 점을 고려하면 노후 의료비 총액은 상당한 규모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서도 5060세대 월 소비의 약 20%를 건강관리와 의료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이 이를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 부부기준 적정 노후생활비가 월 268만원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50대의 연간 가계지출은 4038만원, 60대는 2987만원으로 의료비 급증 시 감당하기 어렵다.
노후 설계, 지금이 골든타임

전문가들은 5060세대의 노후 빈곤을 막으려면 지금부터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무사들은 소득 대비 저축률을 최소 20% 이상 유지하고, 자녀 지원에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정자산 위주의 재산구조를 현금흐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을 권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평균 4억 5540만원이지만,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실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부족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50대부터 건강관리에 투자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예방적 건강관리는 노후 의료비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 직시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6명이 자신의 계층이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71.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