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세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금융 업계, 시니어 맞춤 상품 확대

양모(65) 씨는 최근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젊었을 때는 자녀 교육과 집 장만에 돈을 쓰느라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지만 지금은 다르다.
퇴직 후에도 꾸준히 일을 하며 경제적 여유를 확보했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 과감해졌다.
양 씨는 “이 나이에 이렇게 돈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요즘엔 친구들과 공연을 보러 가거나 골프를 치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반면, 젊은 층의 소비는 움츠러들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2030세대는 지출을 줄이고, 필수 소비 위주로 지갑을 여는 분위기다.
하지만 5060 세대는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행, 문화, 건강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 규모만 11조 원… 파워 시니어가 온다

실제 5060세대의 카드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NH농협카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5060세대의 카드 이용액은 11조17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다. 이는 전체 연령대 평균 증가율(4.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해외면세점(76.4%), 교통비(81.1%) 등 여행 관련 지출이 급증했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항공사와 해외면세점 이용 증가를 보면 시니어 세대의 해외여행이 활발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 업계, 시니어 잡기에 사활

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시니어 특화 카드 ‘하나 더 넥스트 카드’를 출시했다.
아파트 관리비, 전기요금, 4대 보험료 결제 시 10% 적립 혜택을 제공하며, 병원·약국, 영화·공연 예매 등에서도 동일한 혜택을 적용했다.
KB국민카드 역시 ‘골든라이프올림카드’를 통해 시니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병원·약국 결제 시 5% 청구 할인을 제공하며, 골프·건강 관련 결제 시 추가 적립 혜택도 제공한다.
우리카드도 ‘카드의정석 시니어플러스카드’를 출시해 해외 결제 3% 적립 등 차별화된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중 기존 국민연금증 카드를 리뉴얼해 5060세대가 선호하는 혜택을 강화한 시니어 맞춤형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신설하며 시장 대응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5060세대는 연금·보험 등과 연계한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도 크다”며 “자신에게 맞는 혜택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이답게’가 아닌 ‘나다운’ 삶을 추구

5060세대가 소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력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은 ‘나이답게’가 아니라 ‘나다운 삶’을 중시하며, 소비 패턴도 젊은 세대 못지않게 세련되어 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GG(Grand Generation) 마켓 공략 보고서’에 따르면, 5060세대는 생물학적 나이보다 평균 10년 이상 젊게 인식하며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취미 활동이나 여행, 문화생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따라 소비’ 현상이 두드러진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하려는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보고서는 “5060세대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이웃과의 관계에서도 정서적 만족을 찾으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 가치관도 확산되고 있다.
맞춤형 건강식단 구독 서비스, 가사·쇼핑 대행 서비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기술·지식 습득을 위한 자기 투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시니어를 단순한 돌봄 대상이 아니라, 소비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세분화된 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