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꼬박꼬박 냈더니 “완전히 호구 됐다”… 많이 낼수록 적게 받는 ‘기막힌 현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안 내는 게 나았다”
오래 준비한 노후가 덫이 되는 현실
연금
사진 = 뉴스1

평생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한 사람들이 정작 노년에 손에 쥐는 돈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이유는 명확한데, 건강보험료와 소득세라는 예상치 못한 ‘이중고’ 때문이다.

게다가 그 고통은 유독 국민연금 수급자에게만 쏠린다. 같은 금액을 받아도 국민연금일 경우 건보료 부담이 늘고, 퇴직연금이면 줄어드는 기이한 때문이다.

차라리 애초부터 연금을 내지도 받지도 않는 편이 더 나은 것 아니냐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노후를 덮친 ‘숨겨진 함정’들

연금
사진 = 연합뉴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인해 수십만 명의 연금 수급자가 자녀의 직장 건보에 얹혀 있던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그 결과, 매달 평균 22만 원씩 건강보험료를 새롭게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한 해로 따지면 264만 원 수준이다.

연금 수급자 입장에서는 연금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지출이 늘어나는 셈이다. 더욱 불합리한 점은 연금의 종류에 따라 건보료가 다르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건보료 부과 대상이 되지만,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은 제외된다. 월 200만 원을 받는다고 해도 그 금액이 전부 국민연금이면 건보료 부담은 전액에 대해 발생한다.

반면 같은 금액이라도 절반이 퇴직연금인 경우, 실제 부담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형평성과 공정성이 무너지는 구조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로, 기초연금은 비과세지만 국민연금은 과세 대상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만 받는 이들은 손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조기 수령, 그 뒤엔 불안감

연금
사진 = 뉴스1

연금 수령자들의 행동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예상 밖의 건보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정규 노령연금 대신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기노령연금은 수령 시기를 1~5년 앞당겨 받는 대신 매년 6%씩, 최대 30%까지 연금액이 감액되는 제도다.

장기적으로는 불리하지만 당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손해 연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국민연금 제도가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실질적 혜택을 판단할 때 단순 수령액이 아니라 세금과 건보료를 제외한 ‘순소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부에 대해 건보료 산정 시 기초연금만큼을 공제하는 방식, 주택연금에 대한 부채 공제 확대, 그리고 연금 수급 예정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과 비교하면 더욱 또렷해지는 빈곤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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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합리는 국제 비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후소득 보장 수준은 유럽 주요 8개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의 노령·유족급여 관련 지출은 2019년 기준 GDP 대비 3.5%로, 이탈리아(16%), 독일(10.4%) 등 유럽 국가들의 1/3에도 못 미친다.

연금이 노인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단독 가구 기준 33.8%로, 유럽 대부분 국가의 70~80%에 크게 못 미친다.

이로 인해 2021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4.7%로, 영국·독일의 세 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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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이 있지만 액수가 너무 적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낮다 보니 실질적인 노후 보장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확대와 기여연령 연장을 통해 연금의 생애주기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기초연금의 최소 보장 기능 강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령사회,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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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11.9%가 70세 이상이며, 2070년에는 그 비율이 40.7%에 달할 전망이다. 즉, 45년 뒤에는 열 명 중 넷이 노인이라는 얘기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소장은 지난 5월 국회 토론회에서 “이제는 노인 의료비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보험 급여 중 노년층 비중은 2070년에는 78.8%로 뛰어오를 것”이라며, “지금의 건보 운영방식으로는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의료비를 책임지면 건강보험 재정 불안도 줄이고, 자녀 세대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연금 수급자들이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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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들 보다 많이 받어면 내는것 조은데
    아껴 가면서 연금 많이낸것 이 바보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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