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수익성 지키기 위해 결단
치열해지는 반도체 주도권 싸움

“이대로 가다간 끝장난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중국의 거센 저가 공세에 구형 D램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숨 가쁜 변화는 이제 기술력만이 살아남는 무기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C와 모바일에 들어가는 DDR4 D램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 및 HBM4 생산에 힘을 싣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DDR4 비중을 줄이며 선단 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저가 시장에서 탈출하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DR4, LPDDR4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빠르게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10월 “HBM과 DDR5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구형 제품 생산을 조기 축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발 거센 저가 공세, 결국 승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중국의 반도체 업체 CXMT(창신메모리)의 공격적인 전략이었다.
CXMT는 올해 D램 생산능력을 68%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62만 장이었던 웨이퍼 기준 생산량이 273만 장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여러 시장조사업체들은 CXMT는 불과 1~2년 내에 마이크론을 바짝 추격하고,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CXMT는 DDR4뿐 아니라 DDR5 생산 비중도 늘리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공세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으며,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15년간 지켜온 ‘메모리 3강’ 구도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첨단 제품에 사활 건 삼성과 SK하이닉스

중국의 범용 D램 시장 공략에 맞서기 위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에 승부를 걸었다. HBM과 DDR5 중심의 체질 개선이 핵심이다.
HBM은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로,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이 기술은 아직 중국이 따라오기 힘든 분야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 비중을 확대할 방침인데, 이는 기존 8단 제품보다 가격이 50~60% 비싸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도 최근 대만 고객사에 DDR4 주문 중단 계획을 통보했다. 특히 LPDDR4 8Gb 생산을 6월을 기점으로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DDR4 등 구형 제품 생산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고객사 상황에 따라 공급 종료 시점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곡점에 선 반도체 전쟁, 누가 웃을까

CXMT는 여세를 몰아 고대역폭 메모리(HBM) 연구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일부 시장조사업체는 CXMT가 HBM2E 개발에도 착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최신 HBM3E 공급을 시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과 내년 양산 예정인 HBM4 제품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AI 칩에 최신 메모리를 공급하는 것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며, “HBM 시장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 여기에 메모리 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구형 제품 비중을 줄이고, 기업용 SSD(eSSD)와 고적층 제품에 집중하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이제 과거의 방식이 아닌, 미래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