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용돈 챙겨 주려다 “자식들 볼 낯이 없어요”… 대기업 임원도 ‘속수무책’

“정부에서 한다길래 믿었는데…”
노후자금 사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고령층
용돈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라길래 믿었는데, 하루아침에 통장이 텅 비었어요.”

서울에서 홀로 지내는 김 모(75) 씨는 손주 용돈을 챙겨주고 자식들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돈을 벌어보려다 전 재산을 잃었다.

그는 “정부 보증이 있다고 해서 믿었는데, 자식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수익 미끼로 노인들 현혹… 정교한 사기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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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정부 산하 기관을 사칭해 노인들을 속이는 유사 금융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지난 6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의 경고를 발령했다.

사기 조직은 ‘공공단체 조합원 모집’이라는 명목으로 노인들에게 접근한다.

정부 복지사업을 사칭해 공공조합원 가입을 유도하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하는 투자라며 속이는 방식이다.

특히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월 1.2~1.8%의 장려금을 지급한다”는 말에 현혹되는 피해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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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금융감독원

1억 원을 맡기면 매월 120만~180만 원의 수익이 나온다는 ‘농촌진흥장려금’ 같은 허위 혜택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연이율 15~24%에 해당하는 비현실적인 고금리로, 저금리 시대에 불안한 노인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한다.

더욱 교묘한 점은 이들이 가짜 사이트를 개설하고, 공영방송을 사칭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다.

실제 뉴스 영상을 조작해 마치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인 것처럼 꾸미고, 허위 기사와 조작된 댓글로 신뢰도를 높인다.

전직 대기업 임원도 당했다… 고령층 금융 사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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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는 건강보조식품, 가상자산, 주식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퍼지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70대 노인을 중심으로 건강보조식품 사업에 투자하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2억여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전직 대통령이 월남전 참전 용사에게 특별히 허가한 장애인 복지 재단”이라며 신뢰를 심었지만, 단체는 물론 투자 상품도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이처럼 금융 사기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피해자 중에는 대기업이나 금융사 임원 출신도 포함되어 있다.

과거 금융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조차 최신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는 사기 수법을 간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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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 피해자는 “젊을 때는 금융 전문가였는데, 요즘 투자 방식이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사이버 금융사기 피해자 수는 2019년 2,796명에서 2023년 1만 1,435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특히 주식 리딩방(종목 추천 채팅방)에 초대돼 투자를 유도당하거나, 가상자산 투자로 유인된 후 돈을 들고 사라지는 사기가 급증했다.

또한 지난해 개인 파산자 중 60대 이상이 47.5%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주식·코인 투자 실패로 인해 경제적 파탄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금융 지식이 부족한 노인들이 사기꾼들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노후자금 지키려면… 고수익 보장, 일단 의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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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금융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무엇보다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동시에 약속하는 투자 상품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나 보건복지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부 지원 사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튜브 광고나 SNS에서 본 정보만 믿고 투자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제로 일부 피해 노인들은 “사기인지 의심했지만, 바쁜 자식들에게 묻기가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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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고령층이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기 수법을 가족들이 미리 알려주고, 의심스러운 투자 제안이 있을 때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은행에서는 ‘노인 금융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강생이 너무 많아 버스를 대절해야 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이 금융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후를 위한 현명한 투자는 높은 수익보다 안전성을 우선해야 한다”며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평생 모은 자산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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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모가 내 노후 책임져준다고 용돈많이주라고 20년전부터 징징댔는데 받은거 한푼없다 아직도 용돈 많이 달라 그래 맨날 사고쳐서 힘들더 부모가 아니라 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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