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 속 “43조 원 바닥난 지갑” … 처절한 현실 상황에 서민들 ‘한숨’

서민들 ‘급전’ 의존 더 깊어져
교육비마저 줄인 소비 위축 신호
카드론·현금서비스 잔액 모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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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잔액 최다 / 출처 = 연합뉴스

“카드 쓰는 게 무섭다”는 말이 남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 카드사에서 빌린 카드론 잔액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빠듯해진 살림에, 생활비마저 카드사에서 빌려 쓴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예전에는 웬만하면 줄이지 않던 교육비 카드지출마저 4년 만에 줄어들었다.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통계가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카드론 잔액, 두 달 연속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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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잔액 최다 / 출처 = 연합뉴스

여신금융협회가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9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9천888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한 달 전인 1월 말보다 2천500억 원 이상 불어난 수치다. 올해 1월에 이미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바 있는데, 그보다도 더 늘어난 것이다.

카드업계는 이를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카드론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을 갚지 못해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증가했다. 1조6천843억 원으로 전월 대비 733억 원이 늘었다.

현금서비스 잔액 역시 6조7천440억 원으로 6조6천137억 원이었던 전월보다 1천억 원 이상 불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도 소폭 상승해 7조613억 원을 기록했다.

줄어든 카드 사용…교육비까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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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잔액 최다 /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단순히 카드 빚이 늘어난 데 그치지 않는다. 서민들이 실제로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더욱 뼈아프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5년 1월 카드 승인실적’ 자료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주요 업종의 카드 매출이 줄줄이 감소했다. 심지어 ‘가계 소비의 최후 보루’로 불리는 교육비 카드 지출도 감소했다.

올해 1월 교육서비스업 카드 매출은 1조7천4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 이는 코로나19로 대면 교육이 어려웠던 202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유치원부터 정규 교육기관, 사설학원과 직업훈련기관까지 포함된 교육 서비스업에서 지출을 줄였다는 건, 가계가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는 경고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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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잔액 최다 / 출처 = 연합뉴스

카드업계 관계자도 “교육비는 쉽게 줄이지 않는 항목인데, 그마저 줄였다는 건 소비 여력이 크게 악화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숙박·음식점, 예술·여가업종도 예외는 아니었다. 숙박·음식점업의 1월 카드 매출은 12조7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2천200억 원 줄었다.

운수업은 1조6천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 하락,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보건·복지 분야(6조100억 원)와 예술·여가 서비스업(9천800억 원)도 일제히 하락세였다.

소비위축·생활고 이중고에 짓눌린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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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잔액 최다 / 출처 = 연합뉴스

이처럼 카드론을 비롯한 각종 신용대출 잔액이 연이어 불어나는 가운데, 가계의 실질적 소비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체 카드 승인 실적은 102조6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 늘었지만, 이는 전자금융업, 세금 및 공과금 항목 등 필수 지출 중심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서민들은 늘어나는 생계비에 쫓겨 카드 대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으며, 미래를 위한 지출인 교육비마저 줄이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카드 연체율 상승과 소비 위축이 이어지며 내수 경기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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