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코앞인데 “우리 가족 어떡해요”… 벼랑 끝에 선 가장들 ‘발 동동’

노후 준비 못한 가장들, 소득 공백에 불안
정년 연장 논의 지지부진…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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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60세 정년인데 연금은 65세부터 나온다. 그럼 그 5년 동안은 뭘 먹고 살라는 건가.”

은퇴를 앞둔 직장인 박모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남은 직장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막상 퇴직 후를 생각하면 답이 없다.

퇴직금은 집 대출을 갚으면 거의 남지 않고, 당장 생활비부터 걱정이다.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그 전까지 소득이 끊기는 ‘소득 공백(소득 크레바스)’이 문제다.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박 씨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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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정년 연장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묶여 있고, 연금 수급 연령과의 불일치로 많은 가장들이 생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60세 미만 근로자 10명 중 8명(81.3%)이 “은퇴 후 소득 공백이 걱정되지만 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당장 은퇴를 앞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54만 명이 향후 10년간 대거 노동시장을 떠날 예정이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한국 경제 성장률도 0.38%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년 연장? 재고용?… 엇갈리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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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법적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퇴직 후 1~2년 단위의 계약직 재고용을 선호한다.

특히 사용자단체는 “정년 연장은 대기업 정규직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보인다.

실제로 100인 이상 기업의 91.1%가 정년제를 운영하는 반면, 100인 미만 사업장은 20.6%만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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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상당수는 정년제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노동계는 “정년 연장이야말로 중소기업과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법적 정년이 연장되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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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연구에서 “고령자 1명의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층(15~29세) 일자리가 0.2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정년 연장과 청년층 고용은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세대 간 경쟁이 심화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

고령자 재고용, 기업에도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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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에서는 오히려 고령자 재고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15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4.3%가 전체 직원의 10% 이상을 60세 이상 고령자로 채용하고 있었다.

특히 기업들은 기존 직원의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75%가 퇴직자를 다시 고용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노동생산성(8.99점), 변화 적응력(8.97점), 건강·체력(8.96점) 등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높았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검증된 숙련 인력을 계속 활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며 “고령 인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이제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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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정년 연장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특히 10년 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이 OECD 최고 수준인 28%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은 “적정 노인 연령과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정년 연장과 재고용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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