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습기 넘치는 집안
덥고 끈적한 기분이 들 때
그 원인과 해법을 짚어본다

장마가 시작되면 단지 비만 오는 것이 아니다. 공기는 무겁고, 집 안은 눅눅해지며, 평소보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치민다.
기분이 들쭉날쭉해지는 이 시기,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실내에 머무는 습기와 그것이 만든 불쾌지수가 여름철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뒤흔드는 주범이다.
장마철 눅눅함, 곰팡이보다 더 큰 문제는 기분

장마철 실내 습도는 단순히 위생과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높은 습도로 인해 땀이 증발하지 않으면서 체온 조절이 어렵고, 이는 곧 짜증과 피로,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과학적으로도 불쾌지수가 80을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과거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불쾌지수가 높은 날엔 교통사고율도 28%나 증가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기분 변화가 단순한 주관이 아니라 수치로 측정된다는 점이다. 기온과 습도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불쾌지수는 75를 넘으면 절반 이상이, 80을 넘으면 거의 모두가 불쾌함을 느낀다.
미국의 한 연구에선 기온이 섭씨 3도 오를 때마다 폭력 범죄율도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안 습기, 생활 속 소품으로 줄인다

다행히 이 불쾌지수의 주된 원인인 습도는 실내 환경만 조금 바꾸어도 꽤나 줄일 수 있다.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신문지나 커피 찌꺼기, 베이킹소다 같은 일상 재료다. 특히 신문지를 구겨 신발장이나 옷장에 넣어두면 습기를 빠르게 흡수하며, 커피 찌꺼기는 냄새까지 잡는다.
빨래를 말릴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젖은 빨래는 실내 한가운데가 아닌 창문 옆이나 통풍이 잘되는 곳에, 환기와 함께 말려야 한다.
가능하면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냉방보단 전력 소비가 적고, 실내 온도를 급격히 낮추지 않으면서도 습기를 제거해준다.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창틀이나 바닥 모서리는 마른걸레로 자주 닦고, 욕실 실리콘 틈은 락스를 활용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카펫, 침구류는 햇빛이 있는 날 자주 말려주는 것이 습기 제거에 효과적이다.
실내 환경 조절로 기분까지 달라진다

불쾌지수를 낮추는 데 중요한 또 하나는 실내 온도와 습도 조절이다. 냉방기 온도를 26℃ 전후로 맞추고, 습도는 40~5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렇게 하면 체온 조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에너지 절약도 가능하다.
수분 섭취도 놓쳐선 안 된다. 여름엔 땀을 통해 손실되는 수분이 많기 때문에 하루 2리터 이상 물을 마셔야 한다. 단, 한 번에 많은 양보다는 시간 간격을 두고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끈적한 공기와 무더운 날씨에 갇힌 기분은 결국 환경에 좌우된다. 적절한 온습도 관리와 생활 습관의 변화만으로도 기분은 달라진다. 장마철, 눅눅한 공기 대신 상쾌한 실내로 기분까지 환기시키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