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채용 5년새 절반으로 축소
20대 직원 비중도 10% 아래로 떨어져
AI 업무 대체로 일자리 지형 변화

은행권의 인력 지형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한때 수천명을 뽑던 대규모 공채는 사라진 지 오래고, 일부 은행에서는 20대 직원 비중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들이 오히려 채용을 줄이고 중장년 직원까지 퇴직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주요 은행 3곳의 최근 3년간 연령대별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4년 20대 임직원 수는 4076명으로 전체의 10%대에 불과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20대 직원 비율이 2022년 13.4%에서 2024년 8.5%로 떨어져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10.9%, 10.5%로 겨우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공채 규모 5년새 절반 수준으로

채용 규모 자체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신규 공개채용 예정 인원은 총 540여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060명의 절반 수준이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다. 당시 주요 은행들의 하반기 채용 인원이 1394명이었던 것에 비해 2024년 하반기에는 907명으로 34%나 감소했다.
개별 은행별로 보면 감축 폭은 더 크다. KB국민은행은 2022년 600명에서 2025년 300명으로, 신한은행은 500명에서 230명으로 채용 인원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하나은행도 460명에서 350명으로, 우리은행은 500명에서 390명으로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감축과 자동화 확대가 겹치면서 신규 채용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5대 은행의 영업점은 275개가 줄었고, 직원 수는 3856명 감소했다. 2020년 1분기 4195개 영업점에 7만1413명이던 직원이 2025년 6월 3920개 영업점에 6만7557명으로 축소됐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4분기 6577곳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처음으로 6000곳 아래로 떨어졌다.
디지털 인력만 예외적 채용

흥미로운 점은 전체 채용은 줄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AI, 데이터 분석, 보안 등 디지털 전환 관련 분야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채용이 계속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일반 영업점 인력 충원은 최소화하는 대신 디지털핀테크 분야 인재 확보는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2024년 6월 HR그룹 안에 ‘TECH인사부’를 신설하고 올해 처음 TECH 부문 채용을 실시했다. 기술분야 지원자들은 일반 은행원들과 달리 코딩테스트 등을 거쳐 전문성을 검증받아 채용된다.
농협은행도 처음으로 블록체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콜인프라 등 디지털 분야에서 채용형 인턴을 선발했다.
반면 전통적인 창구 업무 인력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무인점포 ‘AI 브랜치’와 디지털 데스크 150여대에 생성형 AI 은행원을 배치해 입출금, 송금, 증명서 발급 등 일상 창구 업무의 80%가량을 자동 처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 GenAI 포털’을 5월 정식 오픈했으며, 하나은행은 기업 전용 AI 챗봇으로 고객 상담을 자동화하고 있다.
희망퇴직과 채용 감소 동시 진행

더 큰 문제는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와중에 기존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5개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2022년 2357명, 2023년 2392명, 2024년 1987명으로 매년 20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1일까지 만 40세부터 56세까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과거 50대 중후반에 국한됐던 희망퇴직 연령이 최근 40대 초반, 심지어 30대 후반까지 확대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4세 이상이었던 대상 연령을 올해 38세 이상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연말과 연초를 맞아 4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대상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로 ‘3말4초’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은행들은 퇴직자 수보다 신규 채용 인원이 적어 실질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2024년 4대 은행의 희망퇴직 인원은 1600명이었지만 올해 신입사원 채용은 1185명에 그쳤다.
NH농협은행만 유일하게 퇴직자보다 신규 채용자가 많았지만, 그마저도 전년 1145명에서 565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채용 시장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선발 체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앞으로 은행 입사를 희망하는 구직자는 저학년때부터 관련 분야 준비를 통해 수시채용에 지원할 것을 조언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은행권 일자리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