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구 사업소득 역대 최대 폭 감소
내수 부진·고금리 직격탄, 생계 부담 가중

“버티다 버티다 더는 못 버티겠어요.”
서울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모 씨(47)는 요즘 매장을 정리할까 고민 중이다. 매출은 줄고, 임대료와 대출 이자는 쌓이기만 한다.
박 씨는 “아무리 아껴도 적자인데, 월세 낼 돈까지 빚을 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40대 가구의 사업소득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40대 가구의 사업소득은 107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16만2000원(1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동향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40대 가구의 사업소득 감소는 전체 가구의 평균적인 소득 변화보다 더욱 심각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0.3%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도소매업 비중이 높은 40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도소매업 6분기 연속 내리막… 40대, 생존 위기 직면

내수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도소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2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도소매업 생산은 6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40대 자영업자의 약 20%가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만큼, 이들의 생계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40대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고정비 감당’이다. 특히 대출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0대의 가계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253.7%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연간 소득의 2.5배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대출 부담이 극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 씨(45)는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며 “적자는 계속 나고, 생활비도 부족해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이자를 갚으려고 대출을 또 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40대 일자리까지 감소… “희망이 안 보인다”

소득이 줄어든 데다 일자리마저 줄어들면서 40대의 경제적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40대 임금 일자리는 6만7000개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60대 이상 일자리는 27만4000개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40대가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연령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의 소득 감소가 내수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융위기나 팬데믹 때보다 40대 가구의 사업소득 감소폭이 더 크다”며 “내수 회복 없이는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내수 부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40대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