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도 이제 ‘종합 브랜드’ 시대
타사 차량 매입하며 영역 넓혀
친환경차 포함, 사업 다각화 속도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자사 차량에 국한했던 매입 기준을 타사 브랜드까지 확대하면서, 시장 내 역할을 넓히고 있다.
초기에는 투명성과 상생을 내세우며 제한적인 조건으로 사업을 운영했지만, 점유율 제한 해제와 함께 매입 기준을 조정하며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규제 풀리자 ‘속도전’ 돌입한 현대차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3년 10월 인증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당시 ‘투명성’과 ‘고객 신뢰’를 내세우며, 오랜 시간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붙던 중고차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 5월, 정부가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 권고안을 종료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현대차는 즉각 차량 매입 조건을 변경했다.
자사 브랜드 차량의 경우 기존 ‘5년, 10만km 이하’ 조건을 ‘6년, 12만km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그뿐 아니라, 타사 차량도 ‘10년 이내, 15만km 이하’까지 매입 가능하도록 기준을 넓혔다.
중고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가 초기 상생을 위해 스스로 제시했던 기준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기준은 정부 권고에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대차가 자발적으로 약속한 것이었다”며 “구두든 문서든 약속은 약속”이라고 비판했다.
친환경차부터 타사차까지…무한 확장 전략

현대차의 확장 행보는 차종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전기차를 매입 대상에 추가한 데 이어, 올해 7월부터는 수소차 ‘넥쏘’까지 인증 중고차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타사 차량 역시 매입 기준을 완화하면서 현대차의 인증중고차 사업은 사실상 종합 매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매입 차량을 자사 품질 평가 기준에 따라 선별한 후 경매를 통해 중고차 매매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기업 간 거래(B2B) 위주지만, 소비자 직접 판매(B2C) 확장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왜곡 우려…신차·중고차 가격 동시 영향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확대가 신차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중고차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신차로 눈을 돌릴 수 있고, 그 흐름에 맞춰 신차 가격도 오를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중고차 인증 과정에서 자사 차량에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반대로 타사 차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을 경우 시장의 가격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제조부터 판매, 중고차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구조가 형성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 내에서 현대차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중고차 매입을 통해 고객의 신차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권력을 현대차가 쥐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