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 1위 빼앗을 때가 기회였는데”… QM6 “결국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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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원 들인 도넛탱크 특허 기술 보유
닛산 플랫폼 한계로 진화 멈춘 9년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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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 / 출처 :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가 QM6를 단종시키면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4년 대한LPG협회와 2년간 2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도넛탱크’ 특허 기술이 QM6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 기술은 2020년 특허청 등록을 완료한 르노코리아 고유의 핵심 기술이었다.

원통형 LPG 탱크를 스페어타이어 위치에 배치해 트렁크 공간을 40% 확보한 혁신이었고, 후방 충돌 시 탱크가 아래로 떨어지도록 설계한 안전 시스템까지 갖췄다.

그런데도 QM6는 단종됐다. 특허 기술 하나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 드러난 순간이다.

닛산 플랫폼의 족쇄, 진화를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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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 / 출처 : 르노코리아

QM6의 실패 이유를 이해하려면 르노코리아의 기술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QM6는 닛산 로그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다. 2016년 출시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자동차 산업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닛산 플랫폼의 한계가 드러났다.

SM6에 적용된 이지 커넥트 시스템을 QM6에 이식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닛산과 르노는 서로 다른 전장 플랫폼을 쓰고 있었고, QM6는 닛산 쪽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돈만 들이면 못할 것도 없지만, 구형 닛산 플랫폼에 투자하느니 신규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르노코리아는 QM6에 투자하는 대신 그랑 콜레오스 개발에 올인했다. 그 결과 QM6는 2019년, 2020년, 2023년 세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지만, 모두 LED 램프나 그릴 교체 수준에 그쳤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균열, 한국이 대가 치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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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닛산 갈등 / 출처 : 연합뉴스

QM6의 운명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복잡한 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2018년 카를로스 곤 구속 사건 이후 르노와 닛산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일본 측은 프랑스 정부의 개입을 적대적으로 받아들였고, 기술 공유에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2022년 10월 르노는 닛산 지분을 43%에서 15%로 줄이며 대등한 관계로 전환했다. 표면적으로는 우호적 합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공유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르노코리아 입장에서는 딜레마였다. QM6는 닛산 플랫폼 기반이었고, 앞으로 닛산과의 기술 협력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 차량에 계속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닛산이 2.5L 172마력 엔진을 자사 로그에 탑재했지만, QM6에는 2.0L 144마력 자연흡기 엔진만 허용한 것도 이러한 갈등의 단면이다.

결국 르노코리아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개발한 볼보 CMA 플랫폼을 선택했다. 그랑 콜레오스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닛산 대신 중국을 택한 셈이다.

200억 특허 기술, 경쟁사에 넘겨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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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탱크 기술 / 출처 : 르노코리아

아이러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르노코리아가 공들여 개발한 도넛탱크 기술은 QM6 단종과 함께 사실상 사장됐다. 그랑 콜레오스는 하이브리드 중심이라 LPG 모델이 없다.

2026년형 출시 시 ‘향후 LPG 모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다. 결과적으로 2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특허 기술이 9년간 QM6 한 차종에만 쓰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기아는 2022년 스포티지 LPi를, KG모빌리티는 2023년 토레스 LPG를 출시하며 LPG SUV 시장에 진입했다. 두 회사 모두 르노코리아의 도넛탱크 방식을 참고했지만, 특허 회피 설계로 자체 기술을 개발했다.

스포티지는 80L 원형 봄베를, 토레스는 58L 바이퓨얼 방식을 채택했다. 르노코리아가 개척한 LPG SUV 시장을 경쟁사들이 가져간 형국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도넛탱크 특허는 포스코와 협력해 개발한 고강판 적용 기술까지 포함된 종합 패키지였다”며 “이를 후속 모델에 활용하지 못한 건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플랫폼 선택한 그랑 콜레오스, 진짜 승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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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콜레오스 / 출처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는 2024년 2만 2034대가 팔리며 르노코리아 매출을 전년 대비 80% 끌어올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볼보 CMA 플랫폼은 중국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인수한 후 개발한 것으로, 볼보 XC40, 폴스타 2와 같은 플랫폼이다.

프랑스 기업이 일본 기술을 버리고 중국 플랫폼을 택한 셈이다. 부품 호환도 볼보 XC40과 가능해 정비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차”라는 말까지 나온다.

르노코리아는 “한국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다”고 강조하지만, 기본 설계는 지리자동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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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콜레오스 / 출처 : 르노코리아

2025년 1월 가격을 최대 105만 원 인상하면서 “신차 때 일부러 낮춰놓고 인기 얻자 제값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 고객들은 계약 취소를 고민 중이다.

더 큰 문제는 QM6와 SM6의 동반 단종으로 르노코리아의 2025년 11월 내수 판매가 3575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 급락했다는 점이다.

9년간 41만 5000대를 팔아치운 두 모델의 빈자리를 그랑 콜레오스 하나로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기술은 있었지만 전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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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 / 출처 : 르노코리아

QM6의 실패는 단순한 노후화 문제가 아니다.

200억 원을 투자한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정치적 갈등과 플랫폼 한계에 발목 잡혀 진화하지 못한 전략 실패다.

2019년 LPG 독점으로 쏘렌토를 제칠 때가 바로 하이브리드 개발에 나서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르노코리아는 닛산 플랫폼의 족쇄에 묶여 있었고, 본사는 그랑 콜레오스 개발에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QM6는 독점 기술을 가지고도 시장을 지키지 못했다. 도넛탱크라는 혁신은 있었지만, 그 위에 얹을 차세대 파워트레인과 디자인 진화는 없었다. 자동차 시장에서 기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채, QM6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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