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만 100만 대, 기대 컸던 사이버트럭
리콜·품질 논란에 가격 곤두박질
“기껏 8개월 탔는데 감가 38%”

출시 전 100만 건이 넘는 예약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중고차 시장에서 뼈아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테슬라가 최근 트레이드인 제도를 도입하며 실제 중고차 매입가가 드러나자, 1년 반도 안 된 차량의 가치가 최대 45%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샀다”…실망감 커지는 소유주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25일(현지시간) 온라인 자동차 플랫폼 카구루스 데이터를 인용해 사이버트럭의 감가율이 최대 45%에 이른다고 전했다.
2024년형 AWD 모델을 10만달러에 구입했던 한 소유주는 1만9623마일(약 3만1579km) 주행 후 6만3100달러의 견적을 받았다. 단 8개월 만에 38%가 깎인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12만7000달러에 구매한 ‘사이버비스트’ 모델이 현재 7만8200달러로 평가되며 약 39%의 가치 하락을 겪었다. 일부 오너들은 이러한 수치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테슬라는 당초 사이버트럭의 리셀을 1년간 제한했지만 최근 트레이드인을 허용했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중고차 가치가 속속 드러났다.
‘스펙’보다 더한 감가 요인은 따로 있다

사이버트럭의 급격한 가치 하락은 단순한 전기차 시장 둔화 때문만은 아니다. 외관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는 녹이 슬기 시작했고 지붕 접착 불량, 가속 페달 오작동 등 크고 작은 결함들이 리콜로 이어졌다.
게다가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로이터는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테슬라 차량 파손·방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부 오너들은 차량을 주차해두고 운행을 꺼리는 상황까지 나타났다는 전언도 나왔다.
여전히 ‘1등’이지만…충성도 흔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미국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 47% 점유율을 차지하며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4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27% 증가했다. 다만, 평균 중고 전기차 가격은 1.8% 하락하며 하방 압력을 피하진 못했다.
자동차 전문 사이트 에드먼즈는 “머스크의 정치 참여, 감가 우려, 도심 내 보급 확대 등 다양한 요인으로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흔들리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처음엔 미래를 상징하던 사이버트럭, 하지만 현실은 녹슨 차체와 무너진 기대였다. 100만 명이 줄 선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서 이토록 빨리 고개를 숙일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