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는 은갈치였는데” … 중고차 사러 갔다가 알록달록 달라진 분위기에 ‘깜짝’

차량 색 하나가 가격을 바꾼다
한국, 유채색 인기 역주행 중
개성·컬러로 차별화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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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아반떼 / 출처 : 현대자동차

“똑같은 차인데, 색이 다르니 값도 달라졌다.” 한 소비자의 말처럼, 자동차 색상이 단순한 ‘외관 취향’이 아닌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

특히 무채색 일색인 글로벌 흐름과 달리, 한국에서는 유채색이 오히려 인기를 끌며 차량의 감가율까지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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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0 블랙 / 출처 : 제네시스

글로벌 도료업체 액솔타가 공개한 ‘세계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채색 차량의 비율은 2015년 20%에서 올해 24%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이 24%에서 16%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도 유채색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만 역행하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완성차 브랜드들은 앞다퉈 독특하고 감각적인 색상을 개발하고 있다. 감가 방어를 고려한 소비자들의 선택, 그리고 브랜드의 전략이 맞물려 ‘색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채색, 감가 막는 ‘새로운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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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마그마 / 출처 : 제네시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2025년 6월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선루프는 중고차 가격 방어에 가장 효과적인 옵션으로, 최대 2%의 감가율 방어 효과를 보인다.

이어 내비게이션, HUD, 차로 이탈 방지 보조 등의 옵션도 감가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주목받는 요소가 바로 ‘외관 색상’이다. 무광 컬러나 유채색 시그니처 컬러처럼 개성 있는 색상이 차량의 매력도를 높이며, 중고차 시세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선호도 높은 색상과 인기 옵션이 결합된 차량일수록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며 “내 차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장 컬러까지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성 담은 색상, 브랜드 철학까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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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9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 / 출처 : 현대자동차

자동차 색상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을 보여주는 수단이 됐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9을 통해 청잣빛 ‘셀라돈 그레이 메탈릭’, 오로라를 형상화한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 등 유채색 기반의 독창적 컬러를 선보였으며, 기아는 첫 픽업 모델 타스만에 ‘탠 베이지’와 ‘데님 블루’ 같은 색상을 적용해 감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더 나아가 제네시스는 ‘트롬소 그린’, ‘세레스 블루’, ‘마우나 레드’ 등 지역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외장 색상을 개발해왔다. 현재까지 제네시스가 공개한 고유 외장 컬러만 해도 36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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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그란 쿠페 ‘올리브 그린’ , 엑스 그란 컨버터블 ’버건디 레드’ / 출처 : 제네시스

특히 올해 제네시스 브랜드 10주년을 맞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엑스 그란 쿠페’와 ‘엑스 그란 컨버터블’은 각각 올리브 그린과 버건디 레드 색상으로, 고급스러움과 감성을 동시에 구현하며 현장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채색 시대의 균열, 소비자 인식이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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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 ‘우유니 화이트’ / 출처 : 제네시스

여전히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 색상 상위권은 흰색(33%), 회색(26%), 검정(14%) 등 무채색 계열이지만, 유채색도 빠르게 영역을 확장 중이다. 파란색(10%), 빨간색(5%), 초록색(4%) 등 비율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이다. 반면 은색의 비중은 2015년 12%에서 지난해 3%로 크게 하락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개성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확장된 자아’로 인식되면서, 색상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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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 ‘데님 블루’ / 출처 : 기아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제 외장 컬러를 단순히 예쁜 색으로 고르지 않는다”며 “브랜드의 철학이나 차량의 정체성과 연결된 컬러에 더 끌리며, 이는 곧 차량의 재판매가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감가율 방어에서 브랜드 철학까지, 차량 색상이 갖는 의미는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이제 자동차를 살 때 ‘어떤 색으로 살까’는 단순한 고민이 아닌, ‘내 자산을 어떻게 지킬까’라는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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