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4월 나라 살림 적자가 7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줄었다. 겉으로는 ‘세수 호조’라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반도체·증시라는 특정 업황에 기댄 구조적 취약성과 1,300조원을 넘어선 국가채무라는 이중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 36.6조 적자…2019년 이후 최소
11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4월 재정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6조 6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조 5천억원 개선됐다. 이는 1~4월 기준으로 2019년(38조 8천억원 적자) 이후 7년 만에 가장 작은 적자 규모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기간 통합재정수지는 13조 2천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18조원 적자 폭이 줄었다.
세수 41조 급증…반도체·증시가 이끈 ‘호조’

세수 호조의 배경은 선명하다. 1~4월 총수입은 272조 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조 3천억원 늘었고, 이 중 국세 수입만 21조 9천억원 증가한 164조 1천억원을 기록했다. 세수 진도율은 38.9%로, 작년 결산 대비 2.6%포인트 높아졌다.
세목별로 보면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 분납분이 4월에 반영되며 법인세가 3조 2천억원 늘어 39조원을 기록했다.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 확대는 근로소득세를 밀어 올려 소득세가 5조 9천억원 증가한 44조 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입액 확대로 부가가치세도 4조 7천억원 늘었고, 증시 호조에 힘입어 증권거래세는 1년 새 3조 1천억원 급증해 4조 1천억원을 기록했다.
채무 1321조·국채금리 상승…’적자 축소’의 이면

세수 개선 소식과 달리 국가채무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4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한 달 사이 18조 2천억원 증가하며 1,321조 7천억원을 기록했다. 1~5월 국고채 발행량은 107조원으로, 연간 총발행 한도의 47.8%를 이미 소화한 상태다.
5월 국고채 금리는 주요국 금리 상승과 국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기대 확대 등으로 전달보다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정부의 채무 이자비용을 키우는 요인으로, 조세 전문가들은 1,300조원대 국가채무 환경에서 금리가 오를수록 중장기 재정 운용 여력이 좁아진다고 경고한다.
한편 5월 외국인 국고채 보유 잔액은 전월보다 10조 2천억원 증가했다. 금리 상승으로 한국 국채의 수익 매력도가 높아진 결과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번 적자 축소를 두고 “코로나 이후 확장재정의 정상화 과정”으로 평가하면서도, 고령화·연금·의료 지출 확대라는 구조적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단기 세수 호조를 근거로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