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드론에 방공망 다 녹는다

패트리엇 PAC-3 미사일 1발의 가격은 최대 600만 달러(약 88억원)다. 이란산 샤헤드 드론 1대 가격은 약 2만 달러(약 2,900만원). 최대 200배 이상의 비용 격차가 현대 방공전의 핵심 딜레마가 됐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 전선까지, 값싼 드론이 값비싼 방공망을 소모시키는 ‘비용 비대칭 전쟁’이 서방 국가들의 방공 전략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코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드론에 1달러를 쓸 때마다 UAE는 NASAMS 같은 중거리 방공 시스템으로 최소 10배의 비용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UAE는 이란의 공세에서 미사일 137발, 드론 209대를 맞아 이 중 9발이 방어망을 뚫고 두바이 국제공항을 타격했다.
이란은 같은 전술을 우크라이나에 적용한 러시아의 방식 그대로, 드론 대량 투입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및 걸프 국가들의 고가 방공 미사일을 소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드론 잡는 드론… 우크라이나가 먼저 답을 찾았다

그리코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요격 드론 개발을 앞장서 온 것과 달리 미국은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초기 대공포와 기관총 차량으로 드론에 대응하다가, 2025년 가을 마침내 고속 요격 드론을 실전 배치했다.
이 드론은 최대 시속 250km로, 샤헤드의 최대 시속 185km를 상회한다. 생산 단가는 수천 달러 수준으로, 패트리엇 미사일과 비교해 수천 배 저렴하다.
미국 국방부(펜타곤)도 이 우크라이나산 요격 드론 구매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속 550km 이상의 러시아 신형 제트 추진 드론 ‘게란-3’에 대한 요격 능력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한계도 존재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이중 경쟁… 기술 패권 베팅 시작

패트리엇을 만드는 RTX는 저가 요격 드론을 미 육군에 시연했고, BAE시스템스는 대형 유도 미사일의 대안인 APKWS를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통합하는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 라파엘은 지난해 이스라엘군에 아이언 빔 레이저 시스템을 인도했다. 영국 국방부는 2027년까지 발사 비용이 단 10파운드(약 2만원)에 불과한 드래곤파이어 레이저를 해군함에 배치할 계획이다.
한편 스타트업들도 빠른 혁신 사이클을 무기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독일 타이탄테크놀로지, 영국 케임브리지에어로스페이스, 라트비아 오리진로보틱스 등 유럽 스타트업들이 속속 요격 드론 시장에 진입했다.
레이더 분야에서는 조류 탐지에서 드론 탐지로 사업을 전환한 네덜란드 로빈레이더시스템스가 주목받는다. 이 회사의 레이더 단가는 100만 달러(약 14억7천만원) 미만으로, 전통 방공 레이더(2,000만~5,000만 달러)와 비교해 훨씬 저렴하다. 중동 전쟁 이후 이 회사에 대한 각국 정부의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기술 승자 불확실… ‘다음 전쟁’을 향한 베팅
방산 대기업들에는 공통된 난제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어떤 기술이 실전에서 살아남을지 지금 당장 베팅해야 한다는 점이다.
레이저·고에너지 레이더·마이크로웨이브 무기는 상용화되면 저비용 방어를 보장하지만, 초기 투자 부담과 신뢰성 검증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천궁-II는 UAE에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에 32억 달러(약 4조2,500억원) 규모로 수출되며 중동 방공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발 ‘비용 비대칭’ 충격이 방공 무기 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재편하는 가운데, 저가·고효율 방공 기술을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다음 안보 질서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