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 전략의 적은 통상 국경 너머에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대테러 전략 문건은 그 총구를 동맹국과 국내 이념 집단으로 돌리며 서방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세바스티안 고르카 백악관 대테러 조정관 주도로 작성된 이 16쪽 분량의 문건은 단순한 안보 지침서가 아니라, 미국이 규정하는 ‘용납 불가 가치’에 대한 공개 선전포고에 가깝다.
문건은 유럽의 개방된 국경과 무분별한 이민 정책이 서방 동맹 전체의 안보를 잠식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유럽이 진보 성향 기득권과 난민 수용 정책 탓에 ‘문명의 말살’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이번 문건은 그 인식을 한층 구체화했다.
이란 전쟁 국면에서 유럽이 미국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직후 이 전략이 공개됐다는 점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안보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문건이 동맹 관리 수단이 아닌, 유럽을 향한 보복성 압박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럽을 향한 안보 통첩…이민 정책이 테러의 방패막
문건은 유럽을 향해 “자발적인 쇠락의 길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명시하며 사실상의 행동 지침까지 제시했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 등을 통해 유입되는 난민 행렬이 테러 조직의 침투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논리가 핵심 근거로 활용됐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테러 협력을 조건부로 유럽의 국경 통제 강화를 압박하거나, 정보 공유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유럽 내정에 깊숙이 개입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유럽 각국은 주권 영역인 이민 정책이 미국의 대테러 타깃으로 설정된 것에 강한 불쾌감을 표명하고 있다.
우파 활동가 암살까지 동원…이념 집단이 테러 대상으로
더욱 파격적인 것은 감시망이 무장 테러 단체를 넘어 특정 이념 집단까지 확장됐다는 점이다. 문건은 지난해 9월 발생한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급진적 트랜스젠더 이념을 추종한 세력’을 식별하고 무력화해야 할 주요 대상으로 공식 지목했다.
무정부주의 및 반미주의를 추종하는 폭력적 세속 정치 집단도 우선 대응 대상으로 명기됐다. 개별 범죄 사건이 국가 안보 정책의 이념적 근거로 흡수되는 순간, 대테러 전쟁의 경계는 사실상 무한정 확장 가능해진다.
조건부 동맹 시대의 개막…서방 결속에 균열
이번 전략이 의미하는 가장 큰 전환은 동맹의 조건화다. 과거의 대테러 전략이 동맹 결속과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미국식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동맹국조차 테러 대응의 압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냉혹한 원칙이 공식 문건에 새겨졌다. 대테러 패러다임이 종교적 극단주의와 국가 간 충돌을 넘어, 서구 내부의 문화·이념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대테러 전략은 안보라는 외피 아래 이념적 통제와 동맹 재편을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 전략으로 읽힌다. 유럽이 이 압박에 굴복할지, 혹은 독자 노선을 강화할지에 따라 NATO 동맹 구조 자체의 성격이 재정의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