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무너졌다” … 1년 만에 사라진 1만6천명, 글로벌 1위 기업마저 ‘발칵’

서울 부자 수 급감 충격
상속세에 흔들린 ‘국민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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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다.”

한때 부유한 도시로 꼽혔던 서울이 ‘부자 도시’ 순위에서 기록적인 하락을 겪었다.

영국 헨리앤드파트너스와 자산 정보업체 뉴월드웰스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세계 부유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50대 부자 도시 중 가장 큰 순위 하락폭을 기록했다.

서울 거주 백만장자는 1년 새 1만6천500명이 줄어 6만6천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순위 19위에서 24위로 5계단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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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뿐만 아니다. 억만장자 수도 급감했는데, 2022년 195명이던 억만장자 수는 148명으로 줄었다. 감소폭은 무려 47명으로, 서울의 부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앤드루 어모일스 뉴월드웰스 연구총괄은 “서울의 자산가 감소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과 자산가의 해외 이주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헨리앤드파트너스가 추산한 2024년 고액 자산가 순유출 수치는 1천200명으로, 중국·영국·인도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상속세에 흔들린 ‘1위 기업’들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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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기업들도 버티지 못하고 흔들렸다.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사모펀드에 넘겨진 뒤 급격히 추락한 사례들이 줄을 잇는다.

락앤락은 대표적인 예다. 1978년 설립돼 ‘국민 밀폐용기’로 자리매김했던 이 회사는 2017년 창업주의 사망 후 4천억 원대의 상속세 부담으로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이후 생산 공장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소비자 신뢰가 무너졌고, 매출은 3년 만에 38%나 줄었다.

손톱깎이로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쓰리세븐(777)도 마찬가지다. 상속세 150억 원을 낼 수 없어 결국 제약사에 넘겨졌고, 이후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한샘, 유니더스 등도 상속세를 버티지 못하고 매각됐으며, 이후 실적 부진과 경영 위기를 겪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거나 폐업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 떠나는 자산가들… 해결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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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는 지금의 상속세 구조가 기업 생태계를 갉아먹고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상속세와 자본이득세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핵심은 ‘상속 즉시 과세’가 아니라, 주식을 매각할 때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경영권 유지를 위한 지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상의는 “지금처럼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되면 기업을 이어받기도 전에 처분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3가지 결합 방식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에선 이미 유사한 시도를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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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싱가포르는 2008년 최고 60%였던 상속세를 없애며 아시아 금융 허브로 부상했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자본이득세로 대체한 나라들은 고액 자산가 유입 순위 상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자산가 유출국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의 강석구 조사본부장은 “제도적 환경 차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현행 가업상속공제를 넘어, 기업 승계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액 자산가의 이탈과 기업 붕괴가 이어지는 지금,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부터 되짚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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