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LDL 수치 177 이상
유전성 질환 신호일 수 있어
국내 10만 명 추정되지만
진단율 1% 미만 불과

회사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본 직장인 A씨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90mg/dL로 나와 당황했다.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주 3회 운동을 하는데도 수치가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건 아버지도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을 앓았다는 사실이었다.
건강검진 수치로 잡히는 유전병

한국인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77mg/dL을 넘으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LDL 콜레스테롤 대사에 문제가 생겨 혈중 수치가 정상인의 2배 이상 높게 유지되는 유전병이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국내 환자는 약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진단율은 전 세계적으로 1% 미만에 불과하다. 대부분 일반 고지혈증으로 오인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이 질환을 앓으면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된다. 특히 생활습관과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새겨진 병이라 운동이나 식단 조절만으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젊은 나이 심근경색 위험 5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위험한 이유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5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기 시작해 30대에도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으로 쓰러질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남성은 50대, 여성은 60대에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급증한다.
눈에 보이는 신체 신호도 있다. 팔꿈치나 아킬레스건 주변에 노란 혹이 생기거나, 눈 주위에 흰색 테두리가 보인다면 콜레스테롤이 상당히 쌓인 상태다. 가족 중 40~50대에 심장질환을 앓은 사람이 2명 이상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조기 진단이 생사를 가른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액 검사와 유전자 검사로 확진한다. 대학병원 심장내과에서 혈액 5cc만 채취하면 2~3주 후 결과가 나온다. 비용은 20~50만 원 정도지만 가족력이 명확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조기 진단의 효과는 확실하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적극적인 지질강하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44% 감소했다. 10대 때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심장질환 위험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치료는 스타틴 계열 약물이 기본이지만, 효과가 부족하면 에제티미브나 PCSK9 억제제 같은 강력한 약을 추가한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절대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약물 치료가 필수다. 하지만 일찍 시작할수록 정상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는데 생활습관에 문제가 없다면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부모님이 젊은 나이에 심장질환을 앓았거나 콜레스테롤 약을 드셨다면 더욱 그렇다. 가족 모두의 건강을 지키려면 한 사람의 진단이 가족 전체의 조기 검사로 이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