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치솟는데 “오히려 1조 날렸어요”… 로또 아파트의 숨겨진 ‘그림자’

서울 집값 다시 꿈틀대는데
로또 아파트 뒤에 도사린 ‘1조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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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덕분에 수억 올랐는데 기뻐할 틈도 없습니다.”

분양권 프리미엄에 웃던 조합원들이 요즘은 한숨만 쉬고 있다.

전국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조합 청산이 지연되며, 9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소진됐다.

겉으로는 ‘로또’처럼 보이는 재개발 아파트 뒤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광진구 ‘신고가’ 속출… 개발 호재에 프리미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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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는 광진구다. 마포·용산·성동을 잇는 ‘마용성’ 지역의 열기를 이어받아, 자양동과 광장동을 중심으로 거래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자양2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전용 101㎡ 분양권은 지난 2월 18억7980만원에 손바뀜됐고, 같은 단지 138㎡는 33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는 전용 84㎡가 10개월 사이 4억5500만원 오른 2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기준, 광진구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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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같은 기간 동대문(0.02%), 서대문(0.04%)보다 높은 수치로, 실거래가에서도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광진구 집값 상승의 배경에는 활발히 추진 중인 정비사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자양7구역 재건축 조합은 구역 확장을 위한 총회를 준비하고 있고, 자양4동 A구역은 최고 49층, 2999가구 규모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군자동 일원 재개발,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등 다양한 개발 호재가 대기 중이다.

‘로또’라지만… 청산 지연된 조합들, 9천억 자금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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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는 심각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청산이 완료되지 않은 조합은 전국에 347개에 달한다.

이들 조합이 해산 당시 보유했던 자금은 약 1조3880억 원이었지만, 청산 과정에서 9013억 원 이상이 소진되어 현재 남아 있는 금액은 4867억 원에 불과하다.

청산이란 조합 해산 후 세금, 채권, 소송 등을 정리하고 남은 돈을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절차다. 원칙상 소유권 이전 후 1년 안에 완료돼야 하지만, 현실은 수년째 지연되는 곳이 적지 않다.

서울 서대문구 A조합은 2016년에 해산했지만, 여전히 청산이 끝나지 않았다. 해산 당시 257억 원이던 자금은 현재 13억 원만 남았고, 청산인은 매달 500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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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B조합도 소송을 이유로 청산을 4년째 끌고 있고, 이 과정에서 205억 원이 사라졌다.

서울 전체적으로도 청산 미완료 조합이 156곳에 달하며, 이들 조합의 자금 중 70% 이상이 이미 쓰였다.

부산, 대구 등 다른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에서는 623억 중 451억, 대구는 684억 중 443억 원이 청산 과정에서 사라졌다.

특히 전국적으로 자금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조합이 60곳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입주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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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까지 해결을 위해 나섰다.

작년 6월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청산 절차를 지자체가 감독하도록 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청산을 지연할 경우 고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관련 자료 열람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해 조합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합원 다수가 이사를 마치고 나면 청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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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을 타 일부 청산인이 고액 급여를 받으며 청산을 장기화하거나, 자금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청산이 늦어질수록 조합원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고, 뒤늦게 소송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벌어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조합이 해산됐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그 이후 자금 흐름까지 끝까지 지켜보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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