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는 것도 경쟁?”… 韓 경제 위협하는 99만 명 눈물의 ‘실체’

폐업 신청에도 줄 서야 하는 시대
벼랑 끝 자영업자, 탈출구는 없다
경제
사진 = 연합뉴스

“평생 옆 가게와 경쟁했는데, 폐업할 때도 경쟁이네요.”

대전에서 10년 넘게 분식집을 운영해 온 이모(52)씨는 최근 폐업을 결심했다.

적자에 적자가 쌓였고, 재료비는 물론 전기료까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게를 닫기 위한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현실에 다시 주저앉았다.

그는 “임대계약 때문에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수백만 원이다. 폐업 지원 신청도 경쟁이 치열해 떨어지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22개월 내리막… 역대 최장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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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내수업의 핵심 축인 숙박·음식점업은 이미 오랜 시간 깊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3.8로, 전년 동월 대비 3.8% 하락했다.

이 지표는 2023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 하락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잠시 반등했던 분위기는 어느새 옛말이 되었으며, 특히 음식점업의 추락이 뚜렷하다.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지난 2월 100.4로 떨어졌고, 전달 대비 생산은 3.0% 감소했다.

정부는 작년 연말 항공기 사고,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소비 위축에 영향을 줬다고 해석했다. 광화문 등 주요 상권에서 시위나 재택근무 여파로 유동 인구가 줄며, 외식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원래 주말에는 관광객 장사라도 됐는데, 요즘은 그나마도 없다”고 말했다.

폐업마저 쉽지 않다… “원상복구 비용이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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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장사가 안 돼도 ‘문 닫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상가 계약 특성상 철거와 원상복구 비용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깃집을 폐업한 자영업자는 “가게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고, 철거비와 잔여 임대료까지 물면서 결국 손해만 남겼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폐업 소상공인 대상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대전시는 ‘자영업닥터제’를 통해 경영 컨설팅과 함께 원상복구비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신청자 수가 꾸준히 많아지며 경쟁률이 생겼는데, 지난해 해당 프로그램에는 809개 업체가 신청해 평균 1.5: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전의 한 소상공인은 “가게 닫는 데까지 경쟁을 해야 할 줄 몰랐다”며 “문 닫기 전부터 망했다는 말이 실감 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구조적 위기… “버틸 수 있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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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된 폐업 사업자는 무려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도 1월과 2월에만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가 각각 1만2천633건, 1만477건에 달하며, 이례적으로 2월에도 1만 건을 넘었다.

이러한 상황에 자영업자들은 “망한 뒤 지원해주기보단 망하지 않게 도와달라”고 토로한다.

서초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점주는 “대출 만기 연장이나 소비 진작을 위한 상품권 지급 등 실질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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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도 “소상공인 위기가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협력해 민생 예산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의 김광석 실장은 “고금리, 고물가에 더해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자영업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은 단순한 개인 사업이 아니다. 전체 고용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수 경기의 핵심축이다. 자영업이 무너진다는 건 결국 한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이제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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