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외국인 구매액 3년새 26배 급증
중소 K뷰티 수출 생태계 새 전환점 맞아

올리브영의 외국인 구매액이 1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유통 업계 지형이 대대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올해 1~11월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방한 외국인 누적 구매 금액이 1조원을 달성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3년 전인 2022년 연간 실적과 비교해 26배 증가한 수치다. 당시 오프라인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비중이 2%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25%대를 기록했다.
면세점 위기 vs 올리브영 호황, 극명한 대조

올리브영이 외국인 소비의 새 중심지로 부상하는 동안, 면세점 업계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외국인 쇼핑 장소가 시내 면세점에서 올리브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6405억원으로 전년 동기(7466억원) 대비 1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구매 인원은 9.2% 증가했지만, 1인당 구매액은 42만6000원에서 35만6000원으로 16.4% 급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9월 외국인 1인당 평균 면세점 매출액이 77만원으로 전년 동기(108만원) 대비 28.9% 감소했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늘어나지만 면세점에서는 ‘덜 사는’ 현상이 뚜렷하다.
반면 올리브영은 올해 글로벌텍스프리(GTF)에서 발생한 국내 화장품 결제 건수의 88%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외국인 10명 중 9명이 올리브영을 이용하는 셈이다.
가격 경쟁력도 올리브영의 강점이다. 메디힐 마스크팩은 올리브영에서 11장에 9800원인 반면 시내 면세점에서는 10장에 13달러(약 1만8000원)에 판매돼 거의 2배 차이를 보였다.
중소 K뷰티 브랜드, 글로벌 무대로

올리브영의 1조원 돌파는 단순한 매출 성과를 넘어 K뷰티 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의미한다.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중 80%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며, 이들 브랜드가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직접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올리브영에서 지난해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는 100개를 돌파했다. 2013년 2개에 불과했던 것이 11년 만에 50배 증가한 것이다.
메디힐, 클리오, 토리든 등 3개 브랜드는 올리브영에서만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올리브영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K-슈퍼루키 위드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232개 중소 브랜드 중 25개를 선정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명동, 강남, 제주 등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지역 25개 매장에 전용 매대를 설치하고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통해 역직구 판매에 나선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최근 올리브영의 사업모델을 경영학 연구사례로 분석하며, 신진 브랜드를 발굴해 육성하는 올리브영의 ‘인큐베이터’ 역할이 K뷰티 글로벌 유행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인바운드 관광 패러다임 전환

올리브영의 성장은 인바운드 관광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명동 면세점 중심의 단체 관광에서 성수, 홍대 등 로컬 문화를 체험하는 개인 여행으로 변화하면서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올리브영 구매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40%는 2곳 이상의 매장을 방문했으며, 58%는 6개 이상 브랜드를 구매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외국인 구매 건수는 2022년 대비 86.8배 증가했으며, 특히 제주(199.5배), 광주(71.6배), 부산(59.1배) 등 지방 상권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를 묶은 ‘올다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리시 수낙 영국 전 총리도 한국 방문 당시 10대 딸들이 올리브영 방문을 요청했다고 언급할 정도로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과거 단체 유커에서 개인 싼커로 바뀌면서 통상 관광코스에 포함됐던 면세점보다 성수, 홍대 일대를 더 많이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내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미국 1호 매장을 열 계획이며, 올해부터 3년간 총 3000억원을 투입해 중소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확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