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화재 사고 매년 증가세
무료 점검 캠페인, 지금 신청 가능

“매일 사용하는데 이렇게 위험할 줄 몰랐어요.”
최근 한 시민이 에어컨 실외기 화재로 집 안 거실이 모두 타버린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남긴 말이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예년보다 길고 더운 여름이 예상되면서, 에어컨 가동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런데 이 필수 가전이 뜻밖의 ‘화재 원인’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충격을 안겼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에어컨 관련 화재는 총 953건 발생했다. 특히 2024년에는 이 중 9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도 급증했다.

소방 전문가는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통풍이 안 되는 공간에 축적될 경우, 내부 온도를 급격히 높이며 화재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현행 규정상 공동주택은 실외기를 실내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어, 적절한 환기 없이는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여기에 전선 노후화로 인한 절연 열화, 먼지와 습기로 인한 트래킹 현상도 주요 원인이다.
트래킹은 전자제품 표면에 습기나 이물질이 쌓이면서 전류가 절연층을 타고 흐르는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불꽃 방전이 반복되며 발화 위험이 높아진다.
“점검은 선택 아닌 필수”… 무상 안전 점검 캠페인 시작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달 20일까지 에어컨 무상 안전 점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오텍캐리어 등 주요 3개 제조사가 참여한다.
이 기간 동안 기본적인 점검은 무료로 제공되며, 부품 교체나 냉매 충전 등 부가 서비스는 소비자 부담이다.
점검은 해당 제조사 홈페이지나 대표번호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588-3366, LG전자는 1544-7777, 오텍캐리어는 1588-8866번으로 연락하면 된다.

에어컨 화재는 주로 여름철인 6월에서 8월 사이에 집중된다. 실외기의 과열, 전선 단락, 먼지와 습기 등은 모두 화재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 수칙도 함께 발표됐다. 실외기는 벽면에서 최소 10센티미터 이상 떨어뜨려 설치해야 하며, 밀폐되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공간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 전에는 실외기에 쌓인 먼지를 반드시 제거하고,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에 훼손된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과열 위험이 큰 전원 연결은 멀티탭이 아닌 전용 단독 콘센트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방청은 “실외기에서 이례적인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하거나, 배선의 나사 풀림·절연 테이프 손상 등이 발견될 경우 즉시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어컨 사용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금이 점검을 위한 적기다. 더위가 시작되면 서비스 신청이 몰리고, 화재 사고 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후에야 점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자가 점검과 전문가 점검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