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피해간 기적의 공간” … 역사의 흔적이 남겨진 천년 단풍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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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철 기다리는 사찰 풍경과 고요한 숲길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김구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백련암 이야기
단풍 명소
공주 단풍 명소, 마곡사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고요한 숲길과 천 년 고찰이 함께하는 여행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차분한 울림을 선사한다. 충청남도 공주 마곡사는 가을의 단풍철을 앞두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산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계곡 물소리와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도심에서 잊고 있던 여유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에요.”

한 미술 교사 윤 씨는 경내에 들어서기 전부터 숲과 건축이 빚어내는 조화에 압도되었다고 한다. 그는 산사에 머무는 짧은 순간에도 마음이 정리되는 경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마곡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문화의 울림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곧 찾아올 가을 풍경 속에서 더욱 빛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마곡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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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단풍 명소, 마곡사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에 자리한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9년(640)에 창건된 뒤 천 년의 세월을 거치며 전란 속에서도 굳건히 지켜졌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조차 피해 간 이곳은 ‘십승지지’라 불리는 입지를 증명하는 산사다.

사찰 곳곳에는 고려 후기 필사 불경과 오층석탑, 조선 세조의 가마, 청동향로 등 다양한 문화재가 남아 있어 불교문화의 보고라 불린다. 전각들은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고찰의 풍모를 이어가고 있다.

대광보전과 영산전, 해탈문 같은 주요 전각은 문화재적 가치뿐 아니라 사찰 건축미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역사와 미학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다. 숲과 계곡을 배경으로 한 전각들의 배치는 산사의 본질을 보여준다.

마곡사는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그 가치를 재확인시켜 주는 대표적인 가을 여행지가 되고 있다.

단풍철에 빛나는 고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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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단풍 명소, 마곡사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마곡사의 진정한 매력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드러난다. 경내와 계곡을 따라 붉고 노란 잎사귀가 물결치며 기와지붕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장관을 만든다.

도심 관광지와 달리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를 유지해 사색에 잠기거나 걷기 여행을 즐기기에 알맞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산행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적합한 나들이지로 손꼽힌다.

숲길을 걷는 동안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동행이 되며, 자연이 건네는 위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단풍과 건축이 이룬 조화는 그 자체로 평온한 휴식의 공간이 된다.

올해도 단풍은 아직 물들지 않았지만, 이 계절의 기다림마저 여행의 일부가 되어 가을 나들이의 설렘을 더한다.

근현대사의 숨결, 김구 선생과 백련암

단풍 명소
공주 단풍 명소, 백련암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마곡사가 지닌 또 다른 의미는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한말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은 일본군 장교를 처단한 뒤 몸을 숨기며 백련암에서 출가했고, 당시 법명은 원종이었다.

광복 이후인 1946년, 그는 다시 이곳을 찾아 직접 향나무를 심었는데 지금도 대광보전과 응진전 사이에 남아 있어 역사적 의미를 전한다. 이 나무는 여행객들에게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시대의 흔적을 담은 증거로 다가온다.

마곡사 경내에는 보물 제801호 대웅보전과 보물 제802호 대광보전이 남아 있다. 각각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신 전통 법당으로, 조선 후기 건축미와 불교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렇듯 마곡사는 천 년 고찰의 고요함과 함께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품고 있어, 단순히 단풍을 즐기는 것을 넘어 기억해야 할 문화적 의미를 지닌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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