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글로벌 불황 속 기지개
한화·현대·삼성, 수주 잔고 폭증

주문이 끊긴다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는 오히려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10배 가까이 확장하겠다고 발표했고, 한화엔진은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다.
‘슈퍼사이클’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과는 달리, 한국 조선업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너무 잘돼서 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필리핀 조선소에 건 10년짜리 ‘승부수’

한화그룹은 최근 한국 애널리스트들을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로 초청해 대대적인 확장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연간 1.5척 수준인 선박 생산 능력을 오는 2035년까지 최대 10척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로,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1980년대 구축된 필리조선소에 전문가 50여 명을 파견해 리노베이션에 착수했다.
그간 별다른 투자가 없었던 시설에 용접 로봇, 자동화 설비 등을 도입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구상이며, 인력도 현재 1500명에서 3000명으로 두 배 증원된다.
목표 매출은 40억 달러, 우리 돈 5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잡혔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조선소의 매출 5102억 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화오션 내부에선 향후 LNG 운반선을 미국에서 자체 건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수주 잔고 200조 원 임박…‘슈퍼 사이클’ 본격화

국내 조선사 전체의 수주 잔고는 2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세 곳만 해도 올해 1분기 기준 191조 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로, 이는 향후 2~3년간 실적이 안정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1분기 실적도 눈부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859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한화오션은 2586억 원(389% 증가), 삼성중공업은 1231억 원(58% 증가)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LNG선 기술력은 여전히 국내 조선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액화, 저장, 재기화 등 극저온 LNG 관련 기술은 아직 중국이 넘보기 힘든 고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저탄소 선박 수요 증가도 국내 조선사엔 기회다.
‘중국 견제’가 만든 호재…그러나 안심은 금물

하지만 전 세계 발주량의 69%를 가져간 중국은 여전히 큰 위협으로 남아 있다.
미국의 항만 수수료 제재로 일부 선주들이 중국산 선박을 피하고 있지만, 건조 단가가 낮은 중국을 향한 발주는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 조선사들은 대규모 수주 경험을 축적하며 기술력까지 끌어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의 두 조선공룡 CSSC와 CSIC가 합병해 점유율 30%를 넘는 초대형 기업이 등장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기술 초격차 유지와 AI 기반 자동화, 수소·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선박 기술 개발 등으로 반격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LNG 선박처럼 국내 업체들이 독보적인 분야에서도 중국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풀가동’ 한화엔진, 설비도 확장 나섰다

한화엔진의 공장 가동률은 올해 1분기 기준 101.4%를 기록했는데, 즉 쉬는 날 없이 돌아가며 생산 능력을 초과 달성했다는 의미다.
이 덕분에 수주 잔고는 4조 1138억 원으로 불어났고, 올해 1분기에는 한 대당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17% 가까이 오른 91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엔진은 오는 2026년까지 총 802억 원을 들여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선다. 이는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 노후 선박 교체 수요 등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회사는 수주 후 매출 인식까지 18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미 확보한 수주 물량이 중장기 실적 상승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DF(이중연료) 엔진 같은 고부가 프로젝트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며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초격차 유지가 ‘관건’

AI 기반 생산 자동화,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기술 확보가 향후 조선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이다.
HD현대는 미국 팔란티어와 협업해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에 나섰고, 삼성중공업도 자동 용접 장비를 투입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추진 중인 액화수소 화물창 공동 개발, 민관 합동 기술 확보 프로젝트 역시 기술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글로벌 불황의 그늘 속에서도, 조선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교과서 같은 성공 사례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삼성중공업 하청 근로자 임금 까고 있는데.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