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돕겠다고 혈세 퍼부었더니 “완전히 뒤통수 맞았다” … 뿌리 깊은 ‘3000억’ 실체 드러나자 국민들 ‘격분’

부정유통 규모 1800억원 달해
대구·부산 대형 가맹점서 집중
정부 제도개선·법안 추진 본격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이 오히려 거대한 부정 거래의 통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사례 가운데 70% 이상이 ‘결제액 50억원 이상’ 가맹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구와 부산의 일부 대형 농산물 가맹점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불법 거래에 연루되며 제도 취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가맹점에서 집중된 부정유통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이 50억원 이상인 가맹점 22곳 중 9곳에서 부정유통이 적발됐다.

이들에서 발생한 규모는 1800억원으로, 전체 부정유통 금액 2512억원의 71.7%에 달했다. 적발된 가맹점은 대구 8곳, 부산 1곳으로 모두 농산물 취급 업체였다.

이들은 상품 판매 없이 상품권을 받아 현금으로 환전하거나, 영업구역 외에서 상품권을 수취하는 방식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공단은 해당 가맹점에 경고와 과태료, 가맹 취소, 고발 등 행정 조치를 취했다.

반복되는 ‘상품권 깡’ 관행

온누리상품권 부정 거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9년 제도가 시작된 이후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불법 이득을 노린 ‘상품권 깡’이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공단이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부정유통 규모는 3000억원에 가까웠다.

정부는 뒤늦게 제도 손질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말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차단 종합개선방안’을 내놓고, 올해부터 지류상품권 월 구매 한도를 50만원으로 낮췄다.

향후 5년 동안 지류 발행을 줄이고 디지털 상품권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한 부정유통 신고소를 신설하고, 신고 포상금 제도를 마련하는 전통시장법 개정안도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제도 취지 되살릴 수 있을까

국회 역시 제도 보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지난 6월 전통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해, 부정유통 행위 유형을 세분화하고 부당 이득을 챙긴 가맹점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서왕진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은 지역경제 순환 효과를 무너뜨리고 특정 상권과 브로커 중심의 독점 구조를 심화시킨다”며 강력한 관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결제액 상위 가맹점에 대한 특별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근절책 마련을 예고했다.

정부와 국회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10년 넘게 뿌리내린 ‘상품권 깡’ 관행을 끊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