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으로 집을 빌릴 수 있다면?
파격적인 정책에 시민들 ‘들썩’

“천 원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고?”
인천시가 야심 차게 내놓은 ‘천원주택’이 시작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달 6일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신청이 시작되자 인천시청에는 접수 시작 20분 만에 200여 가구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마감 시간까지 총 604가구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천원주택은 무주택 신혼부부,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하루 임대료 1천 원(월 3만 원)에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올해 5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며, 신생아를 둔 가구가 1순위,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가 2순위,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가 3순위로 선정된다.
신청자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임산부 아내와 어머니를 모시고 입주를 희망하는 김모(33)씨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데 천원주택 덕분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7년 차 신혼부부 이모(39)씨는 “이곳에서 살면서 저축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오는 6월 5일 입주자를 발표하고, 최종 주택 배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6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임대 기간은 최초 2년, 최장 6년까지 가능하다.
‘미팅 주선’까지… 출산율 1위 만든 인천형 정책

천원주택만이 아니다. 인천시는 과감한 출산·양육 정책을 펼치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구 증가를 이뤄냈다.
핵심 정책은 ‘아이플러스 1억드림’이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최대 1억 원을 지원하는 이 정책은 △임산부 교통비 50만 원 △17세까지 매년 120만 원 지급 △청소년 월 5만~15만 원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청년들의 결혼을 돕는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아이플러스 이어드림’은 24~39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미팅’을 주선하는 사업이다.
신원 검증을 거쳐 100명씩 5차례 모집하며, 커플이 3개월 이상 교제하거나 결혼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또한 ‘아이플러스 맺어드림’은 결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천 내 공공시설 15곳을 무료 예식장으로 제공하고, 예식비 일부(최대 100만 원)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출산 후 양육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아이플러스 길러드림’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지원책으로, ▶긴급보육 ▶방학 중 무상급식 ▶정부 지원 돌봄 시간 초과 시 추가 돌봄 서비스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출생아·인구 증가 ‘압도적 1위’… 인천의 성공

이 같은 적극적인 지원책 덕분에 인천시는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천에서 태어난 아기는 1만5242명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며, 전국 평균(3.6%)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인천의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전국 평균(0.75명)을 넘었고,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도 5.1명으로 전국 평균(4.7명)보다 높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은 지난해 전국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했다.
주민등록 인구는 302만7854명으로 전월 대비 4205명이 늘었으며, 인구 순이동률(0.9%)도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도 증가했다. 지난해 인천의 혼인 건수는 1만3225건으로 전년 대비 13.8% 늘었고,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도 전국 평균과 같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출산 장려를 넘어 청년들의 만남부터 결혼, 출산, 양육까지 전 생애 주기를 지원하는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해 인천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의 실험이 성공하면서, 이 정책이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청년층의 주거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인천의 ‘천원주택’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산율 반등과 인구 증가라는 뚜렷한 성과를 낸 인천의 모델이 전국적인 정책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