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오르는 서울 아파트 틈새에
빌라 시장이 조용히 꿈틀거리고 있다
전세사기 그늘 걷히자 수요 회복 뚜렷

“서울 아파트값이 너무 올랐다”는 탄식 뒤에 조용히 되살아난 시장이 있다.
전세사기 사태로 한동안 얼어붙었던 서울 빌라 시장이 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실거래가 상승을 기록하며 회복의 기지개를 켰다.
아파트값 급등 속 대안 주거지로 떠오른 빌라가 수요자들의 선택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세는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3% 올라 16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은 물론, 양천·영등포·성동 등에서도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과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매수 심리를 자극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원은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도 희망가가 올라가고 있으며 실제 거래도 상승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빌라 시장, 전세사기 이전 수준 회복

한편,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실거래가격지수는 지난 3월 전월보다 2.05%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으로, 실거래가 지수는 143.7까지 올라 전세사기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2년 8월(143.9) 수준에 거의 다다랐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3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3,024건으로, 1년 전보다 31.3% 증가했다.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거래량이 3천 건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수도권에서 시세 7억~8억원 이하 빌라를 보유해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해 주는 완화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
수요 회복의 신호는 매매수급지수에서도 드러난다. 서울 빌라의 4월 매매수급지수는 99.4로 수요 우위(100 이상)에 근접하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회복세 유지될까? 변수는 ‘투자 수요’

다만 빌라 시장의 회복세가 본격적인 상승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분석도 있다.
김은선 직방 데이터랩장은 “지금은 낮은 가격을 기회로 본 실수요자들이 움직인 결과로 보이며 향후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거래량의 지속적 증가와 투자 수요 유입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파트와 빌라가 각각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선호 지역의 핵심 주택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아파트값이 오르는 한편, 실질적인 대안을 찾는 수요자들이 빌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고점과 저점을 가늠하려는 움직임 속에 서울 주거 시장은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