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식탁까지 도달한 물류 위기
새벽배송 ‘중단’ 공지에 고객들 불안

“배송이 안 된다고요?”
한밤중 클릭 하나면 다음 날 아침 우리 집 식탁을 책임졌던 새벽배송이 멈췄다.
시장 점유율 95%를 자랑하던 물류기업 팀프레시가 자금난으로 일부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면서, 새벽배송을 이용하던 수많은 가정이 혼란에 빠졌다.
‘편리함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금,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일상’이 된 새벽배송, 도대체 왜?

새벽배송이 처음 등장한 건 10년 전,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이란 이름으로 시장을 열면서부터다.
밤사이 주문한 식품을 아침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다는 개념은 당시 신선함과 혁신의 상징이었다.
이후 쿠팡의 ‘로켓프레시’, SSG닷컴, 네이버 등 대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새벽배송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1조 9000억 원에 달했다.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대중화된 새벽배송은 5060세대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이 화려한 전성기 뒤엔 ‘대행업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떠받쳐 온 기업들의 그늘이 있었다. 바로 팀프레시처럼, 대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사이에서 물류를 도맡아온 이들이다.
시장 점유율 95% 기업, 왜 멈췄나

팀프레시는 2018년 창업 후 5년 만에 매출 200배 성장을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B2B 새벽배송을 전담하며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그 이면엔 심각한 수익성 악화가 있었다. 최근 4년간 1000억 원이 넘는 누적 영업손실이 있었고, 적자폭은 매년 커져만 갔다.
결국 4월 1일 예정됐던 투자금 납입이 지연되자, 배송기사 대금 지급조차 어려워져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기업 관계자는 “배송을 강행했다가 기사들과의 갈등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됐다”며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풀무원, NS홈쇼핑 같은 식품 자사몰이 새벽배송을 멈추게 됐다는 점이다.
단순한 물류사 하나의 위기가 아닌, 식품 유통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도미노의 시작이 된 셈이다.
팀프레시는 21일 재개를 예고했지만,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번 중단된 서비스를 믿고 맡길 고객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내수·유통 대위기… 구조조정 ‘도미노’ 현실화

팀프레시 사태는 단순한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다.
티몬·위메프의 파산,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신청,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위기까지 유통업계 전반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내수 침체, 고금리, 경쟁 심화로 업계는 전례 없는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수많은 기업들은 투자로 외형을 키우는 데만 몰두했고, 정작 수익성 개선엔 실패하며 위기를 맞이했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과열됐던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정반대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팬데믹 수요를 기반으로 과도한 투자를 유치했지만, 시장이 안정되자 현실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내수산업 구조조정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단국대 정연승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의 고성장 시대는 끝났다”며 “중하위권 업체들은 점점 더 가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려 9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지배했던 팀프레시의 서비스 중단은 물류업계의 자금난과 유통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다.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