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벌벌 떠는데 “한국은 왜 이래”… 악명 높은 괴물들의 ‘허무한 최후’, 오히려 반기는 이유

세계 각국이 퇴치 나선 외래종
한국은 오히려 ‘활용 방안’ 모색
식탁에 오른 생태계 교란 생물들

전 세계에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들이 한국에서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종은 급속도로 번식하다 사라졌고, 어떤 종은 토종 생물이나 사람에 의해 개체 수가 줄었다.

외래종 퇴치가 골칫거리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기후, 생태계 구조, 식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독특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만의 ‘장벽’, 괴물의 생존을 막다

한국의 기후와 지형은 외래종에게 유리하지 않다.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가 크고, 하천 유속도 빨라 생존이 쉽지 않다. 실제로 4대강 유역에서 번성하던 큰빗이끼벌레는 겨울철 한파와 급류를 견디지 못해 급격히 줄어든 사례가 있다.

자리를 잡은 토종 포식자들도 외래종의 번식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황소개구리는 가물치, 메기, 왜가리 등에게 먹히며 개체 수가 감소했고, 뉴트리아는 삵과 사람의 포획으로 수가 줄었다. 특히 뉴트리아는 쓸개가 웅담과 비슷하다는 소문이 돌며 식용 대상이 되기도 했다.

먹어서 없앤다, 그것도 맛있게

한국은 생태교란종을 식용으로 활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몸에 좋다’, ‘정력에 좋다’는 말이 돌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씨가 마르며, 이 생태계 교란종도 예외가 아니다.

단풍잎돼지풀, 가시상추 같은 외래 식물은 원래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악성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국에선 쌈채소와 나물로 식탁에 올라간다.

쌉싸름한 맛과 독특한 향이 오히려 매력 포인트가 되었으며, 일부 지역에선 가시상추 재배 농가도 생겼다. 환삼덩굴은 탈모 예방 효과까지 주목받으며 약초로 쓰이기 시작했다.

수생 생물도 마찬가지다. 톱날꽃게는 유럽에선 퇴치 대상이지만, 한국에선 ‘밥도둑’으로 불리며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부산 지역에선 ‘부산청게’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됐고, 어린 개체를 방류하며 관리까지 이뤄지고 있다.

미국가재, 브라운송어, 지중해홍합도 국내 식탁에 올라오며 토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문제를 기회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식문화’

외래종을 단순히 제거 대상으로 보지 않고, 식용이나 산업용으로 전환하는 접근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생태계 교란종을 활용한 기능성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는 해외로 수출되는 사례도 있다.

한 환경부 관계자는 “외래종이더라도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활용 가능성이 있다면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외래종 문제를 실용적으로 풀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무분별한 채취는 오히려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의 관리와 기준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먹어서 없앤다’는 접근, 대안 될 수 있나

외래종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이다. 기후적 요인과 생태계 구조, 그리고 식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자연스럽게 개체 수 조절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생태계 교란종 문제를 다르게 풀어왔다. 앞으로 이 방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될지, 효과적인 생태계 관리 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