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자산 488조 원 눈앞
복잡한 제도에 돈은 ‘잠든 상태’
가족·사회 모두가 떠안은 손실

치매에 걸리면 자신의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재산을 수백억 원씩 보유한 고령자라도 후견인이나 신탁 제도를 이용하지 않으면 통장 인출조차 막힌다.
정부는 2050년까지 치매 환자 자산이 48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 제도는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2050년, 488조 ‘치매 머니’ 묶일 위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23년 124만 명에서 2050년 397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154조 원에서 488조 원까지 세 배 이상 늘어난다.
하지만 이 자산은 실제 활용이 어렵다. 치매 환자가 스스로 금융기관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나 보호자가 대신 인출하려 해도 법적 제약이 크다.
성년후견 등기서류를 받아야 하며, 유효기간(보통 3개월) 내에 재발급까지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제도 이용에 대한 인식도 낮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우리나라는 후견 제도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낮고, 절차가 복잡하다”며 “선진국처럼 행정기관이 후견 개시와 감독에 참여해 제도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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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의 자산 관리, 정부에서 나서야 할까?
후견도, 신탁도 ‘있으나 마나’

현재 치매 자산 관리를 위한 제도로 임의후견과 유언 대용 신탁이 있지만 실제 활용은 미미하다.
최근 10년간 임의후견 이용 건수는 전국에서 229건에 그쳤다. 5대 시중은행을 합쳐도 유언 대용 신탁 잔액은 3조5000억 원 수준이다.
금융기관은 ‘본인 확인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 환자 본인이 직접 와야만 인출이 가능하고, 거동이 어렵다면 의료비 목적 이체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결국 대부분의 돈은 묶여 있게 된다.
공공후견 제도 역시 저소득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 국민이 이용하긴 어렵다.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기관도 지역마다 부족하고, 인력과 예산도 제한적이다.
개인 부담 넘어, 사회 전체 문제로

치매 환자가 재산을 쓸 수 없게 되면 요양비, 의료비, 생계비 등 기본 생활에 큰 타격을 받는다. 가족이 이를 대신 부담하게 되며, 경제적·심리적 압박도 커진다.
동시에 자산이 장기간 동결되면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이 생긴다. 국내 치매머니는 현재 GDP의 6.4%에 해당하는 154조 원 규모다.
이 자산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으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경제 흐름이 둔화될 수 있다.
제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와 치매 관련 기관의 역할을 조정하고, 공공후견인 양성 확대와 성년후견지원 신탁 제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민간 신탁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신탁 도입, 공공후견인 대상 확대와 전문 인력풀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 환자의 재산이 적절히 쓰이지 못하는 현실은 단순한 가족 문제를 넘어선다. 자산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더는 늦춰져선 안 된다.



















